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 첫 회의에서 양측은 각자 제시한 초안을 비교해 가며 질의ㆍ응답 등을 통해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다. 양측은 상대적으로 이견이 없고 분량이 적은 분야에 대해 우선 축조심의를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초반 격돌을 피하려 했으나, 농업 등 민감 분야에서는 협상 첫날부터 신경전이 고조됐다.
5일 오전 9시30분 미 무역대표부(USTR) 건물에서 한국측 김종훈, 미국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참석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양측은 역사적인 본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측이 30~40초간의 짧은 사진촬영 기회만을 제공했을 뿐 수석대표들의 개회사를 공개하는 것에도 난색을 표명하는 등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측 김 대표의 사후 브리핑에 따르면 양측은 닷새 동안 계속될 이번 워싱턴 1차 본협상에서 쟁점을 정리한 통합 협정문을 만들자는데 공감, 큰 틀에서는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첫날 협상에서 양측 모두가 어려움을 토로한 분과는 단연 농업분야 였다. 양허안에 포함될 쌀시장 개방 문제는 아예 얘기도 나오지 않았고 미국측이 요구한 농업분야 독립도 일단 피해가면서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속출했다. 김 수석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농업분야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였다는 표시인 괄호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별도의 전화 브리핑에서 “쌀은 분명히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며 쇠고기 등도 어려운 협상과제”라고 예시했다.
원산지 규정 문제에 있어 양측은 이견 해소가 쉬운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도 했으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는 서로 말을 아낌으로써 막판 수싸움이 격렬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공세를 취하고 있는 금융분야의 국경간 거래에 있어서 한국측은 미국도 쉽게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강조하며 방어막을 쳤다.
동식물 검역 문제에서도 미측은 향후 분쟁해결을 위해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국측은 접촉창구만 지정해 두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양측은 그러나 전자상거래, 노동, 경쟁 등의 분야에서는 첫날 협상에 이은 6일 둘째 날 협상을 통해 축조심의까지 대략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미국 원정투쟁단은 5일 USTR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김 수석대표가 나타나자 “김종훈 물러가라” “FTA 협상중단”등의 구호를 외쳤다.
원정투쟁단은 이날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가 양국 노동자 및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총체적 평가작업을 요구했다. 투쟁단은 또 양국 정부가 협상관련 문서를 3년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지적, 철회를 주장했다. 투쟁단은 이날 오후 백악관 뒤쪽 라파예트 공원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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