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 민심을 되돌리려고 하는 데 대해 정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선거패배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으로 몰아 이제 막 힘이 받기 시작한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부분을 건드리면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 자체가 효용성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섣부른 정치적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5일 간부회의에서 “부동산대책은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취득세ㆍ등록세
정부도 거래세(취득ㆍ등록세) 추가 인하의 원칙에 대해서는 여당과 동조한다.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가겠다는 것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주요 원칙이고, 이에 따라 지난 1월 한차례 세율 인하가 있었다. 문제는 시기와 정도. 정부는 여당이 취득ㆍ등록세 추가 인하를 앞당겨 추진하려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겨우 1월부터 개인간 주택 등록세율이 1.5%에서 1.0%로, 개인간 취득세율은 2.0%에서 1.5%로 각각 인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추가 인하의 적정성을 따질 자료가 제대로 모아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세는 지방 자치단체의 주요 세입원천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하지 않으면, 지방 재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종합부동산세
6억원 이상 주택 소유 가구에 대해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도 여당의 수술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오랜 세월 한 집에서 살아온 ‘1가구 1주택자’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집값이 올랐는데도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노년층에게 특히 가혹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자체를 반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종부세에 예외를 둘 경우, 조세형평이라는 대원칙이 무너져 더 큰 반발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억원짜리 1주택자는 종부세를 안내고, 3억원짜리 집 두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를 낼 경우 누가 납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부세 기준을 6억원 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 노년층의 경우는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지급받는 역모기지 제도 등 보완 대책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 양도소득세
정부는 여당의 양도세 인하 검토에 대해서도‘정치권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여당은 내년부터 실거래가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돼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정부는 “이미 주택 양도세는 실거래가로 부과되고 있으며, 내년에 새로 실거래가가 적용되는 것은 주택이 아닌 사무실의 경우”라고 반박했다.
내년부터 1가구2주택자에 대해 50%의 양도세율이 적용되면, 거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양도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도세 정책이 투기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1가구1주택(6억원 이하)+3년 이상 보유(서울 경우 2년 이상 거주)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은 그대로 살아 있다”며 “6억원 1주택자도 6억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부과되며, 5ㆍ10ㆍ15년 이상 보유자에게는 양도세를 더욱 깎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양도세는 다가구 소유자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 집값이 전체적으로 안정되면, 1주택 실거주자들이 종부세나 양도세를 부과 받는 경우도 더 적어지게 돼 선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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