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대학 졸업생들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꿈꾼다. 첫번째는 파가니니나 장영주같은 화려한 독주자, 두번째는 오케스트라 단원, 세번째는 대학교수다. 아주 극소수만이 이룰 수 있는 첫번째 꿈은 콩쿠르에서 떨어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부분 쉽게 포기한다. 두번째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이룰 수 있지만 수입이 적다 보니 생계를 위해 레슨을 하게 된다. 세번째는 아주 안정되어 보이지만 유학을 하고 돌아와도 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사실 졸업 후 가야 할 길이 두세 가지만 있는 분야는 음악만이 아니다. 어떤 전공이든 대학 졸업 후 진로는 결국엔 선배들이 종사하고 있는 몇몇 분야 가운데 택하게 된다. 그로 인해 언제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렵게 좁은 문을 통과해도 삶의 경제적 질이 그리 높지 않아 미래가 어두운 것이 음악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사람들은 탈출구를 시험했다. 바로 벤처기업 만들기 붐이다. 그 중 기업의 모습으로 살아남은 건 몇 안되고, 대부분은 엄청난 거품과 비현실적 기업가치 등으로 인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시행착오와 노력은 닷컴회사들이 공룡이 되기 위한 확실한 밑거름이 되었고 ‘모험’이라는 그들의 정신은 지금도 건재하다. 그런데 이게 다 음악계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지금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대학에서도 벤처를 만들 수 있다. 먼저 학생들은 제각기 현악사중주나 피아노 트리오와 같은 실내악 앙상블을 구성한다. 성악과는 4명 정도가 모여 아카펠라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독주자나 오케스트라 멤버가 아닌 3~5명의 밴드로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영학이나 마케팅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연결시켜 주고, 공연기획 분야는 현역 연주자 출신인 지도교수가 맡도록 한다.
음악인은 스승 밑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학습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능동적인 기획이나 앙상블 안에서의 대인관계, 경제적 사고방식이 모두 약하다. 음악대학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독주자 양성 과정이나 오케스트라 단원 배출을 위한 경험 제공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이미 효력이 한계에 와있다.
겨우 몇 학점에 불과한 팀 단위의 실내악 과정을 음악대학의 새로운 탈출구로 인식해야 할 때가 왔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그룹 결성을 유도하고 이것을 졸업과 동시에 공연계와 음반계로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음악대학이 벤처그룹을 만들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말 그대로 '벤처'의 시작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볼 만한 일이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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