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선거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집권세력들이 질타를 당하는 시간에 러시아의 세계적인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단이 내한공연을 마치고 돌아갔다. ‘돈 주앙과 몰리에르’ ‘차이코프스키’ ‘Who‘s Who’를 연속 공연했다. 내한 공연때마다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지만, 이번에도 감동과 감동이 연속되는 선물을 선사했다.
안무가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 남녀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연기, 빈틈이 없는 연출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것이 ‘프로페셔널’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프로는 설명이나 변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 정치도 예술처럼 감동 주어야
정치도 예술만큼이나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또 주어야 한다. 그것은 잔꾀나 술수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갈 때만 가능하다. 동서고금에 정치의 바른 길은 이미 밝혀져 있다. 정치는 정치(正治)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자는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위하여 헌신하고,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공적 권력을 공익만을 위하여 사용하되,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와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 권력은 개인의 사상을 실험하거나 사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오직 국가이익과 전체이익을 위해 개인의 사리사욕과 사상과 철학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정치의 마음가짐과 방법은 선현들의 가르침에 이미 널려 있다. 이를 따르는 자는 성공하고 거역하는 자는 실패한다. 나라 일에는 사심이 없어야 하고(天下爲公), 깨끗하고 투명해야 한다(爲政淸明). 훌륭한 인재를 찾아 능력에 따라 일을 맡겨야 한다(尊賢使能).
명분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名不正則言不順言不順則事不成). 동서고금에 이런 말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아마추어정권이라 비판받는 판에 진짜 ‘역발상’을 해보면 어떨까. 나보다 나은 사람을 밀치지 않고 어질고 능력있는 자를 등용하여 적재적소로 배치하는 것, ‘부자 죽이기’ 말고 자발적으로 돈을 쓰게 하여 여러 사람들이 잘 살게 하는 것, 뛰어난 자를 조롱하고 공격하지 말고 이를 많이 길러 여러 사람이 덕 보게 하는 것, 막말을 해대며 국민과 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고 설득시키는 것, 비판하는 사람들마다 멱살잡이를 하며 싸울 것이 아니라 대범하게 통합의 정치를 하는 것, 오만과 독선을 죽이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겸손하게 일하는 것, 관제 언론까지 만들어 언론과 각을 세우지 말고 언론과 함께 국정을 상의하는 것, 권력을 끼리끼리 돌려가며 나눠 가질 것이 아니라 패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 격정과 증오로 두들겨 패는 것을 개혁이라 하지 말고 개혁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 과거를 들추어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 말고 미래를 개척해가는 것, 미국이나 일본 중국과는 자존심은 지키되 실리를 찾는 것 등등
● 여권, 했던 일 반대로만 하면…
현 정부와 여당은 지방자치선거에서 보기 좋게 국민에게 참패를 당했다. 이 정부 출범 이후부터 끝없이 ‘적과 동지’의 대결 전술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연속되는 정책실패 끝에 급기야 국민과도 불화와 대결을 일삼다가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을 해체해야 한다느니 대통령도 책임져야 한다느니 하는 말도 나온다.
정권말기에 배신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나서게 되기에, 이런 권력투쟁을 보는 것도 역겹지만, 도대체 이유없이 이런 꼴을 당하는 국민이 더 불쌍하다.
각자 책임을 전가하는 판에 하나 물어보자. 권력 주변에서 지식을 팔며 감투 쓰고 훈수 든 자들은 책임 없나. ‘나는 잘 했는데, 대통령이 말을 안 들어 죽을 쑤었다’ ‘나는 잘 했는데, 정치인들이 일을 망쳐 놓았다’, 정말 그런가?
정종섭ㆍ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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