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잔혹 시대다. 팀 승리를 위해 프로는 프로대로, 아마는 아마대로 ‘어깨가 빠지도록’ 던지고 있다.
프로의 경우 5선발 제도가 정착되면서 선발 투수들은 6~7이닝, 투구수 100개 안팎으로 조절되고 있다. 그렇지만 승리를 굳히기 위해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들은 딱히 조절이랄 게 없다. 1이닝은 기본이고, 최고 3이닝을 던질 때도 있다.
대부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마는 정도가 더 심각하다.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들은 한 대회에서 많게는 3~4경기를 완투하기도 한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어깨에 탈이 나는 선수가 속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프로=한국형 마무리?
프로 감독들은 “본격적인 승부는 7, 8월이다. 그 때까지는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며 8회에도 마무리 투수를 등판 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나이로 38세인 구대성(한화)은 지난 3, 4일 수원 현대전에 잇따라 등판, 3과 3분의 2이닝 동안 투구수 86개를 기록했다. 86개는 웬만한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와 맞먹는 수치다. 확실한 셋업맨 최영필이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접게 됨에 따라 구대성의 ‘짐’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5일 현재 구대성은 24경기에서 33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1.38이닝, 이닝당 투구수 16.6개로 8개 구단 마무리 가운데 가장 많이 던졌다. 구대성과 세이브 1위를 다투고 있는 오승환(24ㆍ삼성)도 24경기에서 32와 3분의 1이닝(경기당 1.34이닝ㆍ이닝당 투구수 14.1개)의 강행군을 펼쳤고, 구원 4위 박준수(29ㆍ현대) 역시 24경기에서 32와 3분의 2이닝(경기당 1.36이닝ㆍ이닝당 투구수 14.4개)을 던지며 만만치 않은 투구 이닝을 기록했다.
아마=한 경기 200개는 기본?
지난달 SK와 5억원에 입단계약을 마친 좌완 김광현(안산공고 3년)은 지난 1일 청룡기 청주기공전에서 9이닝 완투를 하며 투구수 148개를 기록한 데 이어 4일 전주고와의 16강전에서 연장 포함, 15회 동안 무려 226개를 던졌다. 김광현은 이튿날인 5일 휘문고와의 8강전에서도 2, 4, 6회 세 차례나 등판, 5와3분의1이닝 동안 71개를 던졌다.
5일 KIA로부터 2007년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우완 정영일(광주 진흥고 3년)도 지난 4월 대통령배 대회에서 이틀간 13과 3분의 2이닝 동안 242개를 던졌다. 프로 선발 투수들이 한 경기에서 110~120개를 던진다고 봤을 때 김광현과 정영일은 ‘더블헤더’에서 모두 선발로 나선 셈이다.
구경백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는 “현재 8개인 전국대회(지방대회 포함)를 4개씩 격년제로 치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혹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선 학교와 주최사의 반발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회 8강에 들어야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현실 때문에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마무리는 철저히 1이닝
130여년 역사를 지닌 빅리그 마무리 투수들은 페넌트레이스에서 1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올 시즌에도 세이브 상위 랭킹 투수들은 하나 같이 등판 경기수와 이닝수가 거의 일치한다.
세이브 1위 조나단 파펠본(보스턴)은 27경기에서 28이닝, 2위 제이슨 이스링하우센(세인트루이스)는 24경기에서 22와 3분의 2이닝, 3위 톰 고든(필라델피아)은 26경기에서 25이닝을 던졌다. 이틀 연속 2이닝을 던져야 하는 한국의 마무리 투수들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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