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동산 버블 관리를 겨냥해 금리 인상론 제기되고 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각종 경기지표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론의 강력한 근거다. 국민은행의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지난달에 비해 1% 상승하며 올들어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 강남권, 경기 안양 등의 아파트 가격은 3~8%의 높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월 1조원 안팎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4월 3조2,000억원, 5월 2조원대를 기록, 정부의 3ㆍ30 대책을 무색케하고 있다.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한 소비자물가지수도 아직 안정권이긴 하지만 고유가와 원화강세 약화 등으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화 완화의 정도를 축소해가겠다’는 금통위의 통화정책 기조에서 보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농후해서 한은 주변에서도 금리 인상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한은이 최근 몇 개월간 취해온 통화정책의 기본방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콜금리 동결의 원인이 됐던 환율 하락도 940원대에서 진정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동결될 것으로 보였던 미국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나오는 점도 인상론의 또 다른 근거다. 금통위가 이번 달 콜금리를 4.0%에서 동결하고 미국이 5.0%에서 0.25% 추가 인상하며 한미간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더욱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각종경기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4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100.6으로 전월의 103.4보다 2.8포인트 급락하면서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고,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도 3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4월 경상수지도 15억3,330만 달러 적자로 9년 만에 최대 적자폭을 기록하는 등 올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크게 약화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역시 전기대비 1.2% 증가하긴 했지만, 상승률은 둔화됐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 하락 반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금리 결정의 각종 변수들이 이 같이 상충되는 신호를 보냄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보이는 상황이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관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5일 증권업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채권시장 참가자 76.3%도 콜금리 동결에 무게를 뒀다.
반면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가게대출이 더 늘어나는 등 시중 유동성은 전혀 조정이 안됐다”며 “경기 상승 기조는 유지되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돼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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