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추진하는 서민법제 개선방안은 신용불량자 빚보증인 세입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참여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양극화 해소와도 맥을 같이 한다.
고리(高利) 사채ㆍ빚독촉 규제
연이율 40%를 넘는 이자를 무효화하는 이자제한법이 부활한다. 현행 대부업(貸付業)법도 최고 이자율을 연 66%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대부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채업자는 여기에 해당이 안 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제도금융권의 대출금리는 연 4~50%인데 반해 사채시장의 평균이자율은 연 223%에 달한다”며 “사채를 이용한 서민들 중 85%가 2년 이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제한법은 1962년 제정됐다가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고금리 정책과 맞지 않아 98년 폐지됐다.
그러나 사채업자가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200만원을 빌려 준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이자제한법의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사채시장을 더 음성화시켜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사채업자를 찾는 사람은 제도금융권이 외면할 정도로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인데 이자율을 제한하면 위험 비용까지 내면서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빚보증을 잘못 서 파탄이 나는 경우를 막기 위한 ‘보증인 보호 특별법’도 제정된다.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상태를 보증인에게 알려주고 보증인이 부담할 최고액을 명시하도록 했다. 한밤중에 가족을 찾아가 빚 독촉을 하는 등 보증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도 금지된다. 하지만 이 역시 서민이 빚보증을 세우거나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세금 제때 돌려받도록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장보험제’가 도입되면 새로운 입주자가 나타날 때까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보험사로부터 대신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은 사전에 임대차보증금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법무부는 “우리나라 전체 1,590만 가구 중 684만 가구(43%)가 전ㆍ월세”라며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보증금 즉시 반환 규정이 없어 보증금을 받아야만 새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 세입자에게는 매우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보험료를 집값에 얹을 경우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세입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밭떼기 폐해 방지
농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밭에 있는 채로 몽땅 사들이는 이른바 ‘밭떼기’ 거래의 폐해에 대해서도 시정에 나섰다. 배추 무 대파 수박 등 주요 농작물의 60~80%가 밭떼기로 거래되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서면계약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나중에 농작물 가격이 오르면 상인이 이익을 챙기는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상인이 계약을 파기해 농민이 손실을 봐야 했다. 법무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농민이 거래가의 30% 이상을 계약금으로 미리 받도록 보장하고 농작물 가격이 오르면 차익의 일부를 상인한테서 받도록 할 방침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