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이중대표 소송제’와 ‘집행임원제’ 등이 도입될 경우 기업가 마인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최근 주요그룹 경제정책 담당 임원 간담회를 갖고 상법 개정 문제를 논의했으며, 정부 개정안 가운데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재계가 반발하는 핵심 조항은 ‘이중대표 소송제’와 ‘집행임원제’다. ‘이중대표 소송제’는 자회사 임원의 잘못에 대해서도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계열사 순환출자로 지배구조가 이뤄진 재벌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상장사인 삼성전자 주주들이 비상장사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카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등기이사가 아닌 집행 임원까지 경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집행임원제’가 도입되면, 최고경영진의 지시만 충실히 따르던 비등기임원들의 행태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걱정이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개정안은 모회사 지분이 50% 이상을 넘는 회사만 이중대표 소송 대상으로 한정해 적용대상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거래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을 통해 적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집행임원제도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특별법을 통해 강제 도입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조항이 배제된 것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S그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보다는 경영권 방어”라며 “황금주나 차등의결권제, 독약처방(포이즌 필)과 같은 경영권방어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달 중 재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법무부에 전달하는 한편, 다음달 초에는 관련 공청회를 열어 상법 개정에 재계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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