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쓰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들이 법정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진솔한 심정과 인간적 고뇌를 잔잔한 글에 담아 ‘법원과 사람들’이란 책을 펴냈다.
260쪽 분량의 책에서 이주흥 대전지법원장을 비롯해 판사 20여명은 소송절차의 특수성 때문에 법정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속내를 잔잔하면서도 진솔하게 드러냈다. 법원 직원 10여명도 글을 보탰다.
정정미 판사는 ‘비소액임차인의 슬픔’이란 글에서 소액임차인의 기준액수를 조금 넘어 보증금 한 푼 못 받고 집에서 쫓겨나면서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한 아주머니와 그를 도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니라고 말해!”라는 글을 쓴 김동현 판사는 법정에서 이혼을 앞둔 부부의 의사를 최종 확인하면서 담담하게 보였을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 속으로 이같이 외치고 있었음을 고백했다.
서정 판사는 별 생각 없이 쓰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법원이 수용할 수 없는 주장과 법원이 반성해야 노력해야 할 부분,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영역 등으로 명쾌하고 날카롭게 해부했다.
권순일 수석부장판사는 학창시절 ‘법은 법전 속에 있다’는 말을 들으며 공부했지만, 오랜 법관 생활을 거치며 이제 ‘법은 법원을 찾아오는 시민들 모두의 마음 속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주흥 법원장은 “이 책에서 국민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서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법원의 모습이 읽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 책을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지만 각 법원과 대학, 공공기관, 도서관 등에 비치해 많은 시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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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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