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후 당 안팎의 관심은 대선주자 ‘빅3’의 행보에 맞춰져 있다. 박근혜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 희망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 선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도 이 달 말 임기가 끝나면서 당으로 복귀한다. 넓게 보면 3인의 대선 레이스가 바야흐로 시작되는 셈이다.
당장 박 대표 후임을 뽑는 7월11일 전당대회가 이들의 힘과 경선전망을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서로가 자파 인사를 대표에 앉혀 경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생각이어서 대결이 불가피하다. 다만, 그럴 경우 전당대회가 두 사람의 대리전으로 비쳐 당 안팎의 비판과 견제를 받고, 서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면전은 가급적 피했으면 하는 표정이다.
박 대표는 퇴임 후 당분간 ‘개점 휴업’을 할 계획이다. 피습 사건에 대한 상처 회복이 우선이기에 자택과 병원을 오가는 통원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2년간 대표 직을 수행하면서 쌓인 피로도도 상당하다. 한때 대표직 퇴임 이후 유럽과 동남아 순방을 계획했지만, 몸 상태가 완전해 질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3인 중 유일한 현직 의원으로서 하반기 국회의 원내 활동은 열심히 하기로 했다. 측근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평의원의 신분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대선행보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이 시장은 보다 역동적이다. 국내외를 분주히 오가며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7,8월께 독일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해 복지중심의 국가 운영과 노사문제, 통일정책 등을 두루 배워올 예정이다. 또 9월부터는 지방을 오가며 지역의 현안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을 벌여 청계천 복원과 같은 굵직한 공약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실천한 시장’의 이미지를 지방에 심겠다는 플랜도 있다. 이 시장은 자택과 사무실을 모두 종로로 옮겨 강북서 대선행보를 시작한다는 복안이다.
두 사람에 비해 세가 약한 손 지사는 현장을 훑는 밖으로부터의 세 몰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퇴임 이후 휴식 없이 곧바로 전국 민심 대장정을 벌이기로 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방문하는 곳마다 지역 주민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역유지나 기관장이 아닌 농민 회사원 주부 등 일반 주민과 만나면서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몸으로 느껴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 측근은 “지역 대장정이 몇 달이 걸릴 지 알 수 없다”며 “그 동안 정치적 문제에는 일절 관심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급장을 뗀 3인의 진검 승부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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