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인 H씨(30)는 최근 중고차를 구입했다. 전 주인이 차를 깔끔하게 몰았는지 성능이 신차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않던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차량 번호 때문이었다. 차량 등록 번호가 ‘XX18’로 돼 있어 숙녀 체면에 다른 사람들에게 차 번호를 말할 때마다 욕설을 입에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K(42)씨도 거래처에서 알게 된 P씨로부터 중고차를 구입했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P씨는 여기저기 빚이 많았는데 하루는 채권자들이 K씨의 회사 앞에 주차된 차를 보고 P씨의 차량으로 오인해 못으로 차를 마구 긁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중고차 매입자가 개인적인 이유로 차량 번호를 변경하려 해도 차량 등록지가 바뀌지 않는 한 번호를 바꿀 수 없도록 한 자동차등록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가 최근 중고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이 차량의 번호 변경을 희망할 경우 차량 소속지 변경과 상관없이 번호 변경을 허용토록 제도를 개정, 이 같은 민원이 상당부분 해소되게 됐다.
건교부는 4일 “중고차 구입자가 기존 차량 번호 변경을 희망할 경우 차량 소속지 변경과 상관없이 번호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최근 자동차등록규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1차-1번호’ 원칙에 따라 특별시나 광역시, 도 등 광역자치단체 경계를 넘어서는 이전 등록 때에만 번호 변경이 가능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 이용자 중 옛 주인이 쓰던 번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옛 주인과 차량이 연관돼 엉뚱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민원이 접수돼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규칙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번호제 도입으로 중고자동차 번호 변경과 관련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동차 차량 관리를 위한 전산망이 최근 추가로 확충돼 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전산 부하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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