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인해 이래저래 술을 마실 건수가 늘어만 간다. 축구를 혼자 보건, 여럿이 함께 보건, 스릴에 스릴을 더하고, 감정의 마디마디를 팽팽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바로 술이 아닐까 싶다(실제로 한 지인은 술을 마시면서 경기를 보면 마치 자신이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선수처럼 숨이 가빠진다고 했다). 경기에 이기면 이기는 대로, 또 지면 지는 대로, 밤이 새고 새벽이 올 때까지, 주당들은 상대편 공격수와 골키퍼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그러니 참, 벌써부터 걱정이다.
프랑스 전과 스위스 전은 새벽 네 시에나 열린다니,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기다리겠는가. 보지 않아도 뻔하지 않겠는가. 호프집에 앉아 2002년 월드컵을 재탕에 삼탕까지 돌려보며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지 않겠는가. 새벽 두 시면 몰라도 네 시라니. 호프집이야 매상이 올라가서 좋겠지만, 시민들은 필름이 끊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다. 우리 팀이 골을 넣었는지 먹었는지도 모른 채, 환호를 지르는 실수를 연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술 때문에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것은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회이다. 훌리건들의 난동을 염려한 독일 경찰 노조가 경기장 내 알코올 반입 금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훌리건들의 난동의 이면엔 언제나 술이 있었고, 평범한 관중들을 순식간에 훌리건화 시키는 주범 역시 술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훌리건 난동의 배경에 대해 민족주의니, 계급 문제니, 이런저런 사회학적 분석들이 난무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명쾌한 설명은 알코올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훌리건들이 흥분해서 경기장으로 가장 많이 던지는 물건 중 하나가 맥주병이다(실제로 ‘훌리건 난동 게임’이라는 플래시 게임에서 훌리건의 무기는 맥주병이다). 알코올이 관중들을 훌리건으로 만들고, 알코올이 민족주의를 낳는 셈이다.
그러면 금지하면 되지 않는가, 반문할지 모르나 그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대회의 공식 스폰서와 독일 대표팀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가 맥주 회사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내 알코올 반입 금지를 표명할 경우 스폰서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니,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회만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스폰서냐 경찰 노조냐, 화려한 개인기의 향연이냐 그도 아니면 술 취한 민족주의냐. 월드컵이 갈수록 상업화되니 딜레마도 따라 늘어만 간다.
그러나저러나, 정말 새벽 네 시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며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호프집이냐 실내포장마차냐. 과도한 시차로 인해 우리 또한 괜한 딜레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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