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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물러나라" 대만 민심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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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물러나라" 대만 민심 화났다

입력
2006.06.0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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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볜(阿扁)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애칭이 아볜인 천수이볜(陣水扁) 대만 총통이 잇단 친인척 비리로 퇴진 압력에 직면했다.

3일 타이베이(臺北) 총통 관저 인근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퇴진 요구 집회는 대만의 현 정국을 상징한다. 참가자들은 천 총통과 구속된 천 총통 사위 자오젠밍(趙建銘)의 얼굴 사진에 물풍선을 던지며 분노했고, 천 총통의 얼굴이 새겨진 흰색 풍선과 흰 국화를 총통 관저쪽으로 날리며 천 총통의 정치적인 사망을 선고했다.

일부 국민들은 임기 만료 2년을 앞두고 천 총통의 조기 퇴진을 가져올 극도의 혼돈과 변수를 우려하면서 한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제1야당 국민당을 겁쟁이로 몰아 부치기도 했다. 천 총통 후원자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등 중간층의 마음이 바뀐 것은 물론이다.

차기 총통에 가장 근접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주석은 이날 “천 총통은 즉각 사임하라”며 강수를 선택했다. 몇 시간 전 “퇴진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패할 경우 상처도 생각해야 한다”던 신중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총통 퇴진 정국은 사위 자오가 대만토지개발공사의 내부 정보로 1,790만 대만달러(5억여원)를 투자, 8배의 부당이득을 챙겨 구속된 사건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4개 회사의 고문을 맡아 한달에 1,300만원 이상을 받은 자오의 부친,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부터 상품권을 수수하고 주식투기 의혹을 받는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등 천 총통 일족에는 비리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국민의 43%는 천 총통의 하야를 지지하고, 천 총통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다.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정국 돌파용으로 남발되는 대 중국 강경책과 그로 인한 대미 외교 실패, 민생 경제 악화 등의 실정도 크게 작용했다.

여론에 밀린 천 총통은 쑤청창(蘇貞昌) 행정원장에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당은 이를 현 상황 모면을 위한 꼼수로 폄하하고 있다.

향후 대만 정국은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야당 의석이 전체 입법원(221)의 절반(112석)에 불과해 의석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탄핵을 위한 국민투표가 쉽지 않다. 국민당은 퇴진 운동을 통해 몸집을 불릴 것이고, 민진당은 천 총통 탈당 또는 출당을 통해 지지층 와해를 막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치명적 비리가 재발하거나, 민진당 내 반(反)천 세력이 결집한다면 헌정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신들의 관측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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