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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네, 월드컵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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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네, 월드컵 광풍"

입력
2006.06.0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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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

독일월드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월드컵에 대한 지나친 이상 열기를 경계하자는 ‘반(反) 월드컵’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 뉴스 축구얘기 도배… 보훈행사도 뒷전… 상업성 범람

시민단체 활동가 100여명은 4일 “상업주의에 종속된 월드컵 열풍은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월드컵의 폐해를 고발하는 스티커를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월드컵 조형물에 부착하는 등 반(反) 월드컵 게릴라 작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로 5㎝ㆍ세로 7.5㎝) 1만2,000장을 사전 제작했다.

이번 월드컵이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주축이 됐던 2002년 월드컵과 달리 상업성 논란에 휘말린지는 이미 오래다. 4년 전 거리 응원의 성지였던 시청 앞 ‘서울 광장’은 한 이동통신사가 독점 사용권을 따내면서 과도한 통제로 인해 자율성과 역동성을 상실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최 측은 최근 치른 몇 차례 응원전에서 안전 펜스를 설치해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차림새에 따라 응원객을 선별 입장시키는 등 홍보효과를 노린 외형가꾸기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응원 문화를 주도하며 국민 일체감 고양에 앞장섰던 붉은 악마 역시 대기업과 거액의 후원계약을 맺으면서 순수성이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월드컵 응원 열기에 밀려 6월 ‘호국ㆍ보훈의 달’을 맞아 계획된 의미 있는 행사들이 대거 축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6ㆍ10항쟁 19주년을 맞아 준비한 주요 사업이 월드컵 이후로 미뤄졌으며, 현충일인 6일 열리는 보훈음악회는 추모행사보다 월드컵 응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월드컵 소식에 집중된 언론의 과도한 보도 경쟁으로 “뉴스가 스포츠 일색으로 변했다”는 시청자의 불만과 항의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네티즌을 중심으로 월드컵 홍수에 묻혀버린 순수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특정 기업의 홍보공간으로 전락한 시청 앞을 돌려 달라’ ‘대규모 거리 응원 반대’ ‘월드컵 집중 뉴스 반대’ 등의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월드컵 자체를 반대하는 안티 월드컵 카페까지 생겨났다.

김완 문화연대 상임활동가는 “월드컵 상업주의에 오염된 한국 사회는 당면 과제를 망각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 월드컵 운동은 온 나라와 각종 매체를 붉게 뒤덮은 월드컵 열기가 정작 중요한 것을 덮어버리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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