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단은 약 180명. 여기에 맞설 우리측 대표단은 총 146명으로 분야별 전문성을 감안한 국내 베스트 멤버들로 구성됐다.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등의 정예 실무진과 사법시험 또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통상법률 전문가, 삼성전자 등 민간부문에서 특채 된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가 외인부대로 참여했다.
김종훈(54) 협상단 수석대표는 2일 “이번 FTA회담에서 깔려 죽거나,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는 그런 협상은 없을 것” 이라고 출정각오를 다졌다.
외시 8회로 올해로 외교관생활 32년째를 맞은 김 대표는 협상 파트너인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와 지난해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한 차례 호흡을 맞춰 그의 성향을 깊이 파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커틀러 대표를 “상호협상에서‘이익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누구보다 말이 잘 통하는 상대”라고 평가했다.
상품 무역분과장인 이혜민(49) 한ㆍ미FTA기획단장은 월드컵팀으로 치자면 박지성 선수다. 서울 법대와 프랑스 클레몽-페랑 대학원에서 공법ㆍ정치학석사 출신으로 북미통상과장을 역임한 그는 부드러움과 논리정연, 똑 부러지는 결단력 등 협상술의 3박자를 갖춘 우리 대표단의 맏형이다. 외시 14회, 27년간 통상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는 이번에 각 분과의 협상내용 전체를 조율하는 중원의 지휘자 역할을 맡게 된다.
분야별 전문가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신제윤(48)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행시 24회로 서울대(경제학)과 미 코넬 대학원 석사출신으로 재경부 금융정책과장과 국제금융과장 등을 거친 정통 재무관료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시절, 관료로는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1년간 파견돼 재계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번 협상에서 금융분야 협상을 총괄한다.
민감한 농업분야 협상의 책임을 맡은 배종하(48)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행시 23회로 서울대 경제과,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출신으로 농림부 통상협력ㆍ국제협력 과장 등을 역임했다.
농림부 내 최고의 국제통이다. 도하개발 어젠다(DDA) 농업협상 우리측 대표이기도한 그는 한ㆍ칠레 FTA 추진과정에서 단기간에 협상을 성공시키려는 외교통상부와 농림부가 갈등을 겪은 내용이 담긴 저서‘현장에서 본 농업통상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이번 협상에서 지킬 것은 꼭 지켜낼 것”이라는 굳은 각오를 피력했다.
30ㆍ40대 초반의 ‘젊은 피’들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분과장인 김영모(43) 재경부 통상조정과장은 미국 하버드대(법대)석사로 국제경제과장을 역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에도 서비스담당 사무관을 맡았던 그는“이번 협상이 우리나라의 서비스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희(38) 한ㆍ미 FTA 서비스교섭과장도 이번 협상을 위해 외통부가 과감하게 발탁한 케이스다.
미국 밴더빌트대 법대를 졸업한 유 과장은 국내 대표적인 여성 통상전문가로 경쟁ㆍ서비스분야를 책임진다. 통신ㆍ전자상거래 분과장인 남영숙(44) 외통부 FTA 교섭관은 미국 스탠포드대 국제개발학 박사출신으로 OECD와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을 지냈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차녀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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