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한국시각 3일 새벽)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머레이파크. 회복훈련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선수들은 전날 밤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대표팀과 평가전을 마치자 마자 글래스고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경기의 피로도 풀 새 없이 곧바로 이동한 것이다. 숙소인 글래스고 힐튼 호텔로 돌아온 것은 새벽 1시10분이었다.
그 전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31일 아침 일찍 대표팀은 힐튼 호텔 앞에 대기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글래스고 공항을 떠나 오슬로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10분. 호텔에 짐을 풀자 마자 저녁 7시에 노르웨이 전에 대비한 전술훈련에 들어갔다.
“그런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좀 힘듭니다.” 노르웨이와의 경기가 0 대 0으로 끝난 후 털어놓은 수비수 김진규의 한 마디에도 피로가 묻어난다.
버스와 비행기를 갈아타고.. 짐을 풀고 다시 싸고.. 대표팀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 보인다. 최종 베이스 캠프인 독일 쾰른에 가기 까지 비행기만 5번을 탄다. 1차 베이스캠프가 스코틀랜드에 차려진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유럽 대륙이 아닌 곳에 캠프를 차린 것은 한국팀 뿐이다.
지난달 27일 글래스고 공항 입국장에서 본 대표팀 23명의 표정에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인천공항을 떠나 런던 히드로 공항을 거쳐 글래스고 공항까지 무려 16시간이나 걸린 긴 여행을 당해 낼 장사는 없었다. 교민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은 뒤 버스에 몸을 던진 맏형 이운재. 그가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며 유일하게 한 말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너무 피곤하다”였다.
그 뒤에도 숨 돌릴 틈 없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히드로 공항에선 전세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3시간을 하릴없이 빈둥거렸다. 밤 11시30분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은 짐 풀 정신도 없이 침대에 쓰러져 잠에 골아 떨어졌다.
훈련은 도착 다음날부터 강도 높게 진행됐다. 몸을 사리는 선수는 없었다. 결정되지 않은 주전 11명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8일 오전 11시 회복 훈련 뒤 오후 5시에 진행된 9대9 미니게임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29일 오전에 실시된 11대11 연습게임 도중에 김남일과 이을용이 부상을 당해 의무실로 실려갔다. 다음날인 30일 오후 훈련에서는 박지성이 다쳤다. 부상이 잇따르자 “피로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데다가, 현지의 쌀쌀한 날씨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불만을 토로하는 선수는 한 사람도 없다. 도리어 “날씨가 독일과 같다. 감독님이 정말 결정을 잘 하셨다”(안정환)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수들의 여정도 계속된다. 대표팀은 4일 오후 3시에 에딘버러에서 가나와 월드컵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6일 오후 6시 독일 쾰른의 새 숙소에 다시 짐을 푼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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