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내달 중 사실상 신당창당으로 가는 국민연대를 결성하겠다고 나서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5ㆍ31 지방선거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고 전 총리의 정치행보가 예상보다 빠르고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선거참패 후유증에 허덕이는 우리당은 행여 이탈자가 생길까 신경이 곤두서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고 전 총리가 자기 세력 만들기에 나설 경우 호남 등 지지기반의 이탈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의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리당의 한 중진은 2일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포진한 한나라당과 달리 우리당은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조차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며 “대중적 인기가 있는 고 전 총리가 본격적인 세 확보에 나설 경우 적잖은 의원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전남의 한 초선의원은 “당장은 아니지만 고 전 총리가 신당을 만든다면 합류할 생각이 있다”며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의원이 적지않다 ”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당 주변에선 “고 전 총리가 올들어 개별적으로 만난 우리당 의원들만 40명이 넘는다”, “386 의원들에 영향이 큰 신계륜 전 의원이 고 전 총리와 우리당 의원을 연결하는 창구다”, “수도권의 A 의원 등이 1차로 탈당할 것”이라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우려가 큰 탓인지 “5ㆍ31 지방선거 때는 눈치만 보더니 우리당이 어려워지니 곧바로 말만 앞세워 남의 당을 흔들려 한다”는 비난도 적지않다. 한 당직자는 “고 전 총리가 신당을 만든다고 하지만 두고 봐야 한다”며 “국민연대를 만든다고 했다가 세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금세 주춤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깎아 내렸다.
하지만 민주개혁세력통합론 등을 주창했던 재야파 일각에선 “범 여권의 세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민주당은 고 전 총리 영입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고 전 총리의 대권희망도 꿈에 불과하다”는 예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화갑 대표는 이날 “민주당에 오고 안 오고는 고 전 총리가 결정할 문제이고 고 전 총리가 정당을 만들면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심 고 전 총리의 움직임이 당을 흔들까 우려가 담겨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부터는 2007년 대선을 최고 목표로 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정권재창출을 최대 목표로 고 전 총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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