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라운드 안의 둥근 공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선수들, 응원하는 국민들은 울고 웃는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그라운드 밖에 있는 기업들도 월드컵에 운명이 맡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택시 기사 모하메드는 월드컵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손님이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도 기대지만, 월드컵이 시작되면 공돈 2,600달러(약 246만원)가 생기기 때문.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가 모하메드를 비롯해 E-클래스 택시모델(3만 달러)을 사거나 주문한 고객에게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택시에 메르세데스-벤츠 광고 스티커를 붙이는 조건으로.
품질이 나쁘다고 기사들로부터 볼멘 소리를 들여야 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회사 이미지도 높이고‘움직이는 광고판’인 택시도 이용하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 게다가 월드컵 기간 동안 전세계 선수단이 벤츠사 버스를 타고 움직이면서 비싼 후원금 안 내고도 광고할 수 있게 생겼다. 말 그대로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월드컵대회는 복덩이다.
LG, 삼성 등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PDP, LCD TV 판매량이 30~40% 늘면서 행복에 빠졌다. 비자카드를 제치고 공식 스폰서를 따낸 마스터카드는 입장권 판매 수수료만으로도 수 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때문에 울고 싶은 회사도 많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대도시 호텔들은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울상이다. 수백 만개 객실을 예약했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100만개 이상을 못 팔았다며 지난달 예약을 취소해버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게 생겼다. 게다가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호텔들을 마구 지었던 개발 업체들 역시 예상 밖에 저조한 실적에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도 큰일 났다. 공식 스폰서와 경기장 내 독점 판매권을 따내느라 쏟아 부은 수 천 만달러가 헛돈이 될 처지다. 주최국 독일은 맥주에 대해서는 지나치리 만큼 강한‘애국심’을 보이는 나라. 평소에도 독일 맥주만 찾는 바람에 독일에서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던 버드와이저는 독일 일부 국민들이‘경기장에서 맥주를 먹지 말자’는 운동까지 벌이려고 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독일식 라거(Bitburger)를 경기장에서 팔도록 했다.
월드컵에서 지는 나라는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지도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슬론 스쿨) 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결승에서 진 나라는 종합주가지수가 50포인트,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나라는 4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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