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펀드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리는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ㆍ46) 무라카미펀드 대표를 검찰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법의 맹점을 노리는 미국식 경영수법으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ㆍ34) 전 라이브도어 사장과 함께 찬반 논쟁을 일으킨 신세대 ‘경제 이단아’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무라카미 대표를 내부자거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라이브도어그룹을 수사하던 검찰은 무라카미펀드가 라이브도어의 니혼(日本)방송 주식 매집이 공개매수(TOB)에 준하는 행위인줄 알면서도 라이브도어에 주식을 매도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TOB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증권거래감시위원회와 공조해 이미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고 곧 무라카미를 직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이날 도쿄증시는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무라카미펀드가 관여한 주식들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굴리는 돈이 수천억엔에 이르는 무라카미펀드는 투자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급부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투자펀드이다. 정식 명칭이 ‘M&A 컨설팅’(MAC)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현금과 유가증권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되파는 수법을 쓰고 있다. ‘1엔이라도 비싸게 판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 이 펀드는 미비한 법의 틈새를 파고 드는 것이 특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펀드는 지난해 라이브도어가 후지TV의 모기업인 니혼방송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던 과정에서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인터넷업체인 라쿠텐(樂天)이 TBS방송의 주식에 대한 매수경쟁을 펼쳤던 상황에도 개입했다. 또 인기 프로야구팀의 모기업인 한신(阪神)전철의 주식도 대량 매입했다. 최근에는 한신철도와 경영통합을 추진중인 한큐(阪急)홀딩스측과 한신 주식의 양도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어 연일 화제다. 이 거래에서 최소한 500억엔 이상의 차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진출을 발표하는 등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아버지가 대만인인 무라카미는 통산성 관료를 지냈고 통산성에서 M&A법률 정비에 관여해 증권거래법에 정통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준 평생 용돈 100만엔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1999년 펀드를 설립한 그는 일본의 보수적 투자환경에 본격적인 미국식 투자수법을 도입해 주주의 권리를 증진시켰다는 칭찬과 지나치게 영리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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