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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발칸의 속살은? '발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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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발칸의 속살은? '발칸의 역사'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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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르크군의 배에서 일하게 된 기독교인 노예는 “무슨 종교를 믿느냐”는 질문에 “가톨릭”이라고 답했다. 무슬림인 투르크군이 “기독교를 버리고 무슬림이 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자 노예는 거부했다. 투르크인들은 “떠본 것이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럼 당신들의 신께 구원을 받으시오”라며 배에 기도실을 마련해주었다.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에나 나올 법한 풍경의 배경이 불과 200년 전 발칸의 모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이슬람계 인종 학살 사태, ‘유럽의 화약고’라는 별명에서부터 루마니아의 무자비한 드라큘라 백작까지 발칸 반도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폭력과 피로 얼룩져 있다.

책은 수백년 전 그 지역을 목격한 여행가와 외교관의 목격담을 빌어 “발칸인들의 성향은 원래 폭력적”이라는 서구인의 편견을 집요하게 부정한다. 종교, 민족, 이데올로기 분쟁의 범벅이 된 지금의 발칸은 18세기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제멋대로 들어와 반도를 각각의 기준에 따라 쪼갠 결과일 뿐, 지역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발칸사의 권위자 마조워가 소개하는 18세기 발칸의 모습은 그래서 경이롭다. 이 지역은 당시 이슬람인 오스만제국에 편입돼 있었지만 정교회 또한 한 사람이 여러 유일신 종교를 섬기는 일도 흔했다. 출세를 위해 무슬림으로 개종한 발칸인들은 부활절이 되면 계란에 색칠을 하면서 “카디자(마호메트의 부인), 모세, 예수, 하나님을 똑같이 믿고 사랑한다”고 읊조렸다.

책은 “1994년 미국의 수감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554명이었던 반면, 루마니아는 195명 마케도니아는 63명이었고 발칸에는 사형도 없다”는 통계 등을 제시하며 “발칸 사회를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고 비난하는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고 매듭짓는다. 세르비아에 묶여있던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를 통해 역사적 평화 독립을 이뤄낸 최근 뉴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발칸의 지리적 여건과 500여년의 정세를 240페이지에 담다 보니 세세한 설명은 부족하다. 발칸 역사의 개요를 미리 살피고 읽는 것이 좋겠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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