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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初 축구부 '여자 박지성' "女월드컵 4강 꿈꾸며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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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初 축구부 '여자 박지성' "女월드컵 4강 꿈꾸며 힘내요"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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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되겠습니다”

축구공조차 벅차 보이는 왜소한 체격의 꽁지머리 소녀가 번개 같은 스피드로 상대진영을 파고들다 대포알 슈팅으로 골 네트를 가른다.

2006 독일월드컵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2일 경남 창원시 두대동 창원종합운동장. 닮은꼴 소녀 2명이 유난히 돋보이는 플레이로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자축구계의 박지성’을 꿈꾸는 곽민영ㆍ민정(12ㆍ초등6년) 쌍둥이 자매다.

공식으로 데뷔한 지는 9개월에 불과하지만 언니 민영이는 포워드로, 동생 민정이는 미드필더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명서초등학교 축구부의 기둥선수로 성장했다.

이들은 고향인 울산 두동초등학교에서 지난해 9월 국가대표의 꿈을 안고 신흥 축구명문인 이 학교로 전학 왔다.

2001년 창단한 명서초등학교 축구부는 2003년 전국대회 2관왕, 2004년 4관왕에 이어 지난해에는 4개의 전국대회와 소년체전까지 싹쓸이한 명실상부한 국내 초등학교 최강팀이다. 이 학교 축구부는 이들 ‘쌍둥이 별’을 앞세워 전성 시대를 계속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자매의 ‘축구 도전기’는 눈물겹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버지가 회사 동료의 보증을 잘못 서 부모가 이혼하고 모두 집을 나가 하루 아침에 고아 신세가 됐다. 자매는 다행히 고모의 보살핌 속에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공놀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축구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민영ㆍ민정은 전교생이 73명에 불과한 시골 미니 학교인 두동초등학교 4학년 때 울산에서 열린 7대7 축구대회에 참가, 강팀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같은 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동생 민정이는 MVP를, 언니 민영이는 공격상을 각각 차지해 대회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모 곽효숙(45)씨는 “쌍둥이 조카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유난히 좋아해 웬만한 남학생들도 이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곽씨는 동생의 빚 보증에 휘말려 자신도 울산에서 식당에 일을 나갈 만큼 빠듯한 살림이지만 이들을 축구선수로 키우기로 마음먹고 창원 명서초등으로 전학 시켰다. 울산에서 창원까지 시외버스로 3시간 거리지만 쌍둥이가 눈에 밟혀 매주 학교와 전지훈련장을 찾을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이 학교 축구부 배성길(46) 감독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플레이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때론 장난도 걸고 일부러 말을 시킨다”며 “전학 초기에는 교체 선수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실력이 급성장해 팀의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민정ㆍ민영 자매는 “엄마ㆍ아빠 생각이 날 때면 마음껏 달리며 땀을 쏟는다”면서 “고모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박지성이나 브리질의 호나우딩요 같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굿네이버스(www.4child.org,02-338-1124)는 이들 자매를 후원하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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