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한나라당의 압승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를 한나라당에 대한 전적인 지지로 볼 수는 없다. 심판 치고는 너무 살벌한 탓에 다른 한 쪽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선거에 담긴 민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미의 경고와 주문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국민은 여당을 대체할 가능성의 존재, 반대와 응징을 표시할 상대적 수단으로서 야당에 유의했을 뿐이다. 한나라당을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어떤 계제가 달리 오면 마찬가지로 심판하고 견제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읽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똑바로 알고 부응해 가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수권 대안세력으로 떳떳한 위상을 인정 받고 국민의 자발적 적극적 선택을 받는 것은 반여(反與) 정당으로서 우려먹는 피동적 이익과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한나라당이 파안대소하거나 환호하지 않는 것이 단순히 표정관리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선거는 정국의 주도권을 한나라당에게 주었지만 정국과 국정을 스스로 주도할 책임을 더 무겁게 부과했음을 느껴야 한다.
단순히 지지권 안에만 안주하는 반대 정파로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승적으로 끌어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국정 주체로서의 역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은 수구 보수라는 기존 이미지나, 기껏 해야 합리적 반대로 명맥이나 유지하는 야당 근성 같은 정도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집권세력의 피나는 반성이 필수적이지만 국정 방향에서, 구체 정책에서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야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에 무섭게 쏠렸던 몰표들은 여당의 무능을 대체할 반듯한 다른 세력이 나와 달라는 절규와도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관성으로 미루어 이 절규에 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선거 이후 각 분야 중대 현안들이 한 둘이 아니다. 집권층의 혼란 수습 못지않게 한나라당의 심기일전 여부에도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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