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머가 이뻐서 찍었겠습니꺼. 노무현(대통령)이 미우니까, 그래도 기댈 곳은 한나라당 밖에 없는 것 아입니꺼.”
2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50대 상인은 대구지역 민심을 그대로 대변했다. 박모(50ㆍ자영업ㆍ대구 중구 대신동)씨는 “투표장에서 이름도 안보고 두번째칸(한나라당)을 찍었다”며 “시장후보 빼고는 이름도 모르는데 한나라당을 찍어줘야 내년 대선을 기대해 볼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역총생산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중 11년간 계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결과에 안주한다면 내년 대선은 결코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도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지만 속내는 예전과 다르다. 23개 기초단체장중 11곳에서 무소속, 열린우리당(울진) 후보와 접전을 벌였고 결국 군위 의성 등 4곳을 무소속에 내줬다. 2곳만 패배했던 2002년 지방선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광역의원도 50석중 3석을 잃었고 기초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5석, 2석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없었다면 경북의 경우 반타작에 그쳤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밀실 낙하산공천과 국회의원들의 자기사람 심기 등 공천잡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농부 이모(60ㆍ경북 의성군 의성읍)씨는 “무소속 후보가 의성군수에 당선된 것도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에서 비롯됐다”며 “내년 대선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모(42ㆍ섬유업ㆍ경북 구미시)씨는 “지방경제를 죽이는 수도권규제 완화는 여당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더욱 적극적이었다”며 “한나라당도 민생을 위한 정치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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