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 결과는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유권자들은 바닥 민심을 외면한 열린우리당을 버렸고 그 결과는 여당에 유례없는 참배를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만은 아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 중에는 “열린우리당이 정치를 잘 못해서 큰 고민 없이 다른 당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각 지역 바닥 민심을 살펴본다.
“당연한 결과 아잉교”
부산의 택시기사 이모(52)씨는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지역 선거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강한 톤으로 이렇게 답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돌본 적이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2002년 대선에서 현 여권에 표를 몰아줬던 20, 30대들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댔다.
교사 윤모(32)씨는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최모(27ㆍ여)씨도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더 이상 열린우리당에 표를 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일침했다.
기업인들도 경제회생에 실패한 정부ㆍ여당의 ‘자업자득’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벤처사업가 김모(48)씨는 “현 정부가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면서 고집스럽게 밀어붙여 시장경제는 말이 아니다”며 “예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하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통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며 바닥민심을 전했다.
하지만 20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2곳, 무소속 후보가 4곳을 차지한 경남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용했다.
정모(41ㆍ경남 마산시)씨는 “(지금까지)한나라당은 말뚝만 꽂으면 당선되는 줄 알고 기고만장해 했다 아입니꺼. 이제 정신 차려야지예”라며 한나라당의 오만에 일침을 놓았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인해 견제와 균형을 갖춰야 할 풀 뿌리 민주주의가 흔들릴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이번에 한나라당이 완승했지만 자신들이 잘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정치권은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