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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앙' 회오리에 실종된 지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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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앙' 회오리에 실종된 지방정치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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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일꾼을 뽑고 지역의 현안에 대한 정책 대결을 통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 주된 의미가 있다. 다만, 지방선거가 총선이나 대통령선거의 중간에 실시되는 경우에는 중앙정부나 중앙정치에 대한 중간평가로서의 성격도 갖게 된다. 전자가 지방선거의 본질적인 기능이고 후자는 부수적이다.

● 현 정권에 대한 심임투표로 변질

이번 지방선거는 주객이 바뀐 전도된 지방선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현안과 공약, 후보자를 신중하게 검증하고 지역발전을 합의하는 ‘지방’ 선거는 실종되고 ‘중앙’ 선거로 변질되었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집어삼키는 회오리 정치를 연출하였다. 2002년 지방선거가 대선 전초전으로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으로 전개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떠밀려 표류하게 되고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의 영토까지 차지하게 된 것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나 국가 발전을 위해서나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중앙정치권에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방선거가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로 변질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여 지방선거에서 정당 배제를 주장했다. 지방정치인들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도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권은 기초지방의원 선거까지 모두 정당 공천을 확대하여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자연히 지방정부의 구성과 지역 현안문제 해결이라는 지방선거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었다.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선거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꼴이 되었다. 여당은 ‘부패 지방정권에 대한 심판’을 내세워 구체적인 생활정치로서의 지방자치를 전국적인 권력정치로 추상화시켰다.

야당은 처음부터 ‘무능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기획했다. 지방의 현안과 민생은 실종되고 추한 권력투쟁이 표면화되었다. 지역일꾼은 그늘 속에 숨고 여야지도부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공약과 지역 현안은 뒷전이 되었다. 정당 바람을 타고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신임투표로 변질되었다.

참패한 여당과 압승한 야당은 선거 결과에 실망하고 좌절하거나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서 지방정치의 본질을 전도시켜서는 안된다. 이제 승패를 떠나 국가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고 주민의 생활 향상과 복지 향상을 위해 진지한 생활정치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그동안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적지않게 바꾸어 내었다. 깨끗한 생활환경과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데 힘겨운 노력을 해왔다. 지방 문제를 지역적인 시각에서 주민을 쳐다보면서 풀려고 노력해왔다. 다른 지역보다 더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을 통해 지역살림을 꾸려왔다.

중앙정치가 이러한 풀뿌리의 노력과 경쟁력을 짓밟지 않도록 지방정치의 공간을 넓혀나가야 한다. 지역별 일당획일주의는 지역정치의 활력을 질식시킬 수 있는 만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어찌됐든 5·31 민의는 반영돼야

그렇다고 하여 주민들이 지방정치를 희생하면서까지 중앙정치를 심판하려고 한 의미를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은 중앙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국민을 못 살게 하는 정치, 증오와 다툼의 정치, 한풀이 정치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대신에 포용의 정치, 상생의 정치, 생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민생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선거 결과로 나타난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중앙정치에 반영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려는 정성을 보일 때 실망의 정치는 감동의 정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우ㆍ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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