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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이즈미와 일본, 광기와 망령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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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이즈미와 일본, 광기와 망령의 질주'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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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상이냐, 미국의 정치ㆍ경제적 졸개냐’‘개혁자냐 독재자냐.’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만큼 뜨거운 지지와 증오에 가까운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정치인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우정개혁 논란을 둘러싸고 원맨쇼에 가까운 정치술로 반대파와 야당을 일거에‘개혁 저항세력’으로 몰아 제압한 고이즈미. 그의 집안 내력부터 성장, 정치 입문 및 입신, 국정운영까지 메스를 들이대듯 아프게 찢어 나가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지질학자로 석유개발사업과 정치비평 저술을 겸해 온 저자는 고이즈미 정권에서 일본 정계의 포퓰리즘, 논리보다는 감정에 지배되는 내셔널리즘의 불길한 냄새를 맡는다. “포퓰리즘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 매파 성향은 요코스카항구 고이즈미구미(組)의 상속자이자 온 몸에 멋들어진 용 문신을 새겼던 외조부 마타지 이후 3대의 유전자 속에 맥박 치는”것이었다. 강간 의혹, 도피성 ‘나가 놀기’ 냄새가 짙게 나는 영국 유학 등 젊은 시절을 발가벗긴 뒤, 저자는 하시모토 류타로와 다나카 마키코의 파벌 역학 구도 때문에 자격조차 없는 고이즈미에게 총리 자리가 돌아갔다고 한탄한다.

성역 없는 개혁은 성역 투성이만 남겼고, 야스쿠니 참배와 대미 굴종 등 외교는 더 참담해졌으며, 일본은 갈수록 비참해 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잘 한 것은 하나도 없고 되는 것은 더 없다는, 하나부터 열까지 독설의 연속이다.

퇴임을 앞둔 시점이라 다소 늦은 면도 있지만, 원저 자체가 지난해 가을 고이즈미 정권 진단서 성격으로 출간된 것이다. 포스트 고이즈미의 유력한 후보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딴따라 LA유학 생활’ 및 아베 집안의 한국, 통일교 커넥션 의혹 등도 양념처럼 곁들여 있다. 원제는 ‘고이즈미와 일본의 병리, 고이즈미의 좀비 정치’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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