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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11명학살 새 의혹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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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11명학살 새 의혹 드러나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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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판 미라이 사건’으로 불리는 하디타 학살 사건의 파문 와중에 이라크 주둔 미군이 또 다른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영국 BBC 방송은 1일 미군이 3월 15일 이라크 중부 아부 시파의 이샤키 지역 가정집을 급습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 11명을 무차별 사살한 정황을 담은 영상을 입수, 보도했다. BBC 방송은 사고 현장에 남은 희생자들의 시신에 총상이 선명한 이 영상은 사건에 대한 당시 미군의 설명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군은 알 카에다의 아지트를 급습, 교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려 용의자 1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 경찰은 “희생자들이 가슴 또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며 미군이 조준 사살한 뒤 집 건물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가운데는 6개월 된 아기 등 어린이 5명과 여성 4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한 참혹한 민간인 학살 의혹은 하디타 사건 이후 줄을 잇고 있다. 26일 하만디야에서는 미 해병대가 민간인 남성을 살해한 뒤 교전이 있었던 것으로 위장했고, 30일 사마라에서는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던 임산부가 미군의 총격으로 태아와 함께 숨졌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최소 3만8,059명에 달하는 민간인 피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이라크 주둔 연합군의 전투 윤리 재교육 등 정신 재무장을 약속했으나 성난 이라크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라크 정부도 비판 여론에 밀려 미국에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1일 미국 당국과는 별개로 이라크 정부도 하디타 사건 진상 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하면서 “민간인 희생은 앞으로 미군이 얼마나 이라크에 남아 있을지를 결정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하디타 사건은 민간인 학살로 결론날 것으로 관측돼, 상원 청문회가 개최되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라크전 정당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하디타 사건에 대해 미 국방부와 의회가 “미군이 공격 도발이 없었는데도 정당성 없이 총격을 가해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결론내릴 것으로 전했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미군 조사당국은 일부 장교들이 허위 보고를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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