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이 제정한 ‘제10회 좋은 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을 받은 동화작가 이 현의 창작동화집이다. “상식으로 통하는 편견을 깨는 참신함과 약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작가 의식이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가 멀대같이 큰 열네 살 용태는 나이를 열일곱 살로 속이고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신출내기 ‘철가방’ 용태에게 선배 배달원 기삼이가 ‘짜장면 철학’을 설파한다.
기삼이는 짜장면을 배달하면 가수 보아의 사인도 받을 수 있고, 청와대 정문도 무사 통과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감옥이나 정보기관까지 들락거릴 수 있다고 자랑한다. 철가방에 짜장면을 스물여덟 그릇까지 넣을 수 있으며 기차 안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전설 같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공부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최고라고 여기던 모범생 용태는 짜장면 배달에도 오묘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짜장면’은 ‘자장면’의 오기이다. 기삼이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서 작가가 굳이 ‘짜장면’이라는 비표준어를 고집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내가 여태 살면서 중국집에 전화해서 자장면 갖다 달라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그럼 짬뽕은 잠봉이냐? 왜 짜장면만 자장면이라는 거야?” 표제작 ‘짜장면 불어요!’ 외에도 인기짱 남자아이와 평범한 여자아이의 풋사랑을 그린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아이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3일간’, 한 아이가 겪는 가난을 리얼하게 묘사한 ‘봄날에도 흰곰은 춥다’ 등 어린이들의 아픔과 고민을 담은 4편의 작품이 더 실려 있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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