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는 펠레의 저주라는 게 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칭찬한 선수나 나라는 반드시 그 월드컵에서 죽을 쑨다는 것이다. 1994년 미국대회 전에 그는 콜롬비아의 우승을 점쳤다. 콜롬비아는 그러나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2002년에는 지네딘 지단을 “세계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우며 프랑스의 우승을 호언했다. 지단은 단 한 골도 못 넣었고 프랑스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 공격의 핵 프란체스코 토티도 펠레의 저주로 몸서리치고 있는 선수다. 지난 2월 펠레로부터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라는 칭송을 받자마자 왼 다리가 부러져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지경까지 갔기 때문이다. 대표팀 키플레이어의 큰 부상에 이탈리아인들의 상실감은 엄청났다. 토티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16강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퇴장 당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토티는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1일 열린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평가전은 부상 후 3개월 만의 컴백 무대였다. 오른쪽 공격수로 나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자로 잰 듯한 정확한 롱패스와 감각적인 공간 침투는 일품이었다.
토티의 컴백에 이탈리아는 한껏 고무됐다. 대표팀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아직 부족하지만 90분을 다 뛰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월드컵이 개막되면 100% 컨디션을 되찾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토티. 그가 과연 지긋지긋한 펠레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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