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추락하는 것이 아름답다.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 이제 여름이다. 땡볕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몽글몽글 솟는다. 시원한 물이 그리워진다. 계곡은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즐기는 피서지. 계곡의 풍경중 가슴까지 시원케 하는 물길이 있으니 바로 폭포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폭포는 보기만 해도 절로 더위를 가시게 한다. 서울 인근 가까운 곳에 쉽게 찾을 수있는 폭포를 안내한다. 시원한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심신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어보자.
▲ 연천 재인폭포
철원 평야를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한탄강이다. 금강산 아래서 발원해 평강 철원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136km의 짧지 않은 강이다. 강의 생김새는 독특해 조각칼로 땅을 깊게 파낸 듯 들판 한가운데서 푹 꺼진 채 협곡을 이룬다. 강물이 깎아낸 암벽이 수많은 절경을 이룬다. 한탄강의 비경중 하나가 경기 연천군에 있는 재인폭포다.
폭포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계단을 한참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숲그늘 속 그리 크지 않은 물길이다. 계곡 위로 철제 난간이 조성돼 있다. 그 끝에 서니 선경의 폭포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눈앞에 펼쳐진다. 화산의 흔적, 검은 암반이 항아리처럼 둥글게 파진 곳 한가운데에 높이 18m의 물기둥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물의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수는 슬로비디오를 보듯 그 속도가 느릿하게 느껴진다. 폭포 아래 물이 고인 깊은 소는 에메랄드빛으로 신비감을 더한다.
이곳은 슬픈 광대의 전설을 지니고 있다. 옛날에 줄을 타는 재인(才人)이 있었는데 그의 부인이 절세미인이었다. 재인의 아내를 탐낸 마을의 원님이 이 폭포 위에 줄을 매달고는 재인에게 재주를 넘게 했다. 재인이 중간쯤 건넜을 때 원님이 줄을 끊었고 그는 목숨을 잃었다.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수청을 드는 척 하다가 원님의 코를 깨물고 자결했다고 한다. 폭포 입구 마을인 고문리는 코문리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라 한다.
3번국도를 타고 의정부 동두천을 지나 북으로 오르면 전곡이다. 전곡 읍내를 5km 지나 통현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10분쯤 달리면 재인폭포다. 군사보호구역 내여서 이전에는 일요일에만 개방됐던 곳. 5~9월에는 상시 개방되고 10~4월에는 토요일 낮 12시~오후6시, 일요일 오전8시~오후6시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1,000원. 재인폭포 매표소 (031)834-7274
재인폭포 가까운 곳에 있는 동막골도 최근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맑은 물과 우뚝 솟은 기암괴석, 숲이 비경을 연출한다. 지역 주민들은 계곡의 규모나 아름다움이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견줄만하다고 한다.
▲ 철원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한탄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폭포가 직탕폭포다. 주민들은 한국의 나이애가라라고 부른다. 강원 철원의 고석정 관광지에서 2km 상류에 있는 직탕폭포는 높이는 2~3m에 불과하지만 폭이 80m에 달한다. 밑으로 길지 않고 옆으로 긴 폭포다. 강물이 좁혀지거나 넓혀지지 않고 강폭 그대로 뚝 끊겨 떨어진다. 좌우로 넓게 퍼져서 이는 물보라가 장관이다.
폭포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진 다리는 번지점프의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직탕폭포는 수년 전 드라마 덕이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직탕폭포의 물은 한탄강 협곡의 제1경으로 손꼽는 임꺽정의 전설이 살아있는 고석정을 지나 한탄강 래프팅의 시원지인 순담계곡을 지나 연천땅으로 흘러든다.
삼부연폭포는 정말 편하게 만나는 폭포다. 길가에 있어 뙈약볕 아래 걸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편하다고 폭포의 감동이 작아지는 건 아니다. 폭포의 생김새가 빼어나고 물의 양도 넉넉해 폭포의 장쾌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폭포는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의 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읍내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로 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바위를 투박하게 뚫어 만든 오룡굴 앞이 바로 폭포가 있는 자리. 20m의 암벽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 낙하한다. 그 소리로 계곡은 쩡쩡 울린다.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도 금강산을 그리러 가다 이곳에서 삼부연폭포를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삼부연이란 이름은 물이 층암으로 된 바위벽을 세번 걸쳐 내려오며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폭포의 물은 철원 일대의 상수원으로 철저히 보호된다. 암벽을 뚫어 만든 오룡굴은 70년대 군인들이 뚫은 것이라고 한다. 터널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동굴의 날 것 분위기가 물씬하다. 굴 밖으로 나서면 개울 가를 따라 2km 상류에 용화저수지가 있다. 폭포의 물이 연중 가물지 않고 항상 우렁찰 수 있는 이유다.
연천ㆍ철원=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양평·가평
재인, 직탕, 삼부연폭포 말고도 서울 인근에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폭포는 많다.
▲ 양평 중원폭포
양평 용문산 동쪽에 솟은 중원산(780m)과 도일봉(842m)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중원계곡이다. 주변 산세가 깊고 수림이 울창해 가뭄에도 물이 줄지 않고 홍수때도 물빛이 맑은 청정계곡이다. 인근 용문산에 비해 인적도 뜸해 한적한 편. 중원계곡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중원폭포다. 높이는 한길 남짓. 폭도 넓은 편은 아니다.
웅장한 폭포를 상상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중원폭포의 참맛은 병풍을 두른듯 폭포를 둘러싼 기암 절벽의 주변 풍경이다. 낙하하는 물길의 규모는 작아도 마음만은 한껏 청량해지는 곳이다. 중원폭포를 지나 한참을 더 오르면 또다른 폭포인 치마폭포에 이른다.
▲ 가평 용추폭포
승안천 상류인 용추계곡은 용이 승천하며 9가지 절경을 새겨놓았다고 해서 용추구곡으로도 불린다. 계곡에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절경이 용추폭포다. 높이는 5m밖에 안되지만 뿜어대는 물의 양이 많아 가슴을 시원케 한다. 이 용추폭포를 시작으로 9군데의 비경이 줄줄이 이어진다.
▲ 파주 감악산 운계폭포
경기 파주시와 양주시에 걸쳐있는 감악산(675m)은 예부터 개성 송악산, 가평 호악산 등과 함께 경기 5악의 하나로 꼽히는 명산이다. 감색 바위가 유명해 감악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적성면 설마리의 ‘설마교’라는 작은 다리에서 산으로 오르면 범륜사다. 절 바로 아래 있는 폭포가 운계폭포. 높다란 암반을 타고 20m 되는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 춘천 구곡폭포
겨울 빙벽타기 명소로 알려진 폭포다. 강촌을 찾는 연인들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주로 강촌역 인근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전거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폭포수는 9번 굽이쳐 떨어진다고 해서 구곡폭포란 이름을 얻었다. 수량은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비온 다음날에 맞춰 오면 폭포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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