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는 점과 그 평가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가장 극적인 형태로 드러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참담한 패배를 기록한 집권여당의 뼈저린 자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역 살림살이를 떠맡을 단체장과 그를 감시하고 견제할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할 때 이번만큼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와 동떨어진 선거도 없었다.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휩쓴 것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전국적 집계는 어차피 개별 광역ㆍ기초단체 주민의 현실적 삶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문제는 개별 광역ㆍ기초단체의 행정과 입법을 특정 정당이 장악하게 된 현실이다. 시장과 구청장을 독차지한 한나라당이 시의회와 구의회까지 완벽하게 장악한 서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부 예외를 빼고 대부분의 지방의회에서도 제2의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이래서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길이 없다. 이런 결과는 장기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낳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집권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워낙 커서 지역 단위의 모든 고려를 뒤덮어 버렸다. 또 현재의 선거운동 방식은 특히 도시지역에서 유권자가 후보자 이름도 모른 채 번호로만 투표하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의 참뜻을 되살리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여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자치단체 회계감사를 민간 전문기관에 맡기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한결같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ㆍ복지 향상을 내걸고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의 실천의지에 기대를 걸고 싶다. 또 주민의 감시가 그런 의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끝났지만 유권자의 할 일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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