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적으로 경남 밀양시장에 뽑힌 엄용수(41ㆍ사진) 당선자는 영남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다. 40대 초반의 정치신인인데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론조사때는 물론 개표과정에서도 열세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단체장 자리 한 석이 아쉬운 여당에게는 경남권 교두보 확보라는 값진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엄 당선자가 “여당의 힘을 빌어 낙후된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며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곳에서 시장선거에 뛰어들 때만 해도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상대인 이 지역 터줏대감인 한나라당 박태희 후보는 너무나 높은 벽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용기있는 선택이 밀양을 바꿉니다’와 ‘선(先)밀양, 후(後)정당’. 엄 당선자 진영은 “낙후의 주범이 한나라당 독식에 있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킨 게 바윗돌 같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지역정서상 ‘예선이 곧 결선’으로 통하는 한나라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있었던 내홍도 결과적으로 엄 후보에게 도움이 됐다. 한나라당 박 후보는 후보 공천과정에서 여론조사 경선에서 2위와 0.078%의 근소한 차이로 공천권을 따냈지만 2위 후보가 법원에 공천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게다가 박 후보의 부인이 여론조사 과정에서 남편의 지지를 부탁하며 선거운동원에 1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적발돼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공천을 보류했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 후보를 그대로 낙점해 지역정가는 물론 유권자들 사이에 ‘원칙없는 오만한 공천’이라는 비난이 일었고 결국 안방에서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를 0.4%포인트(249표) 차이로 누르는 기염을 토한 엄 당선자는“깨끗한 마음과 바른 생각으로 고향발전을 위해 일 하는 젊은 시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에 합격, 회계법인에 근무하다 1991년 고향에 내려와 공인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밀양청년회의소 회장과 밀양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밀양=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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