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이냐, 석유 안보냐.
미국이 이란과의 대화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어있는 일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대화가 결렬될 경우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강경조치를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이란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해질 경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취해 줄 것을 일본에 요구했다. 미영 동맹에 버금가는 특급 동맹관계를 구축한 일본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요구이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가 부상한 이후 이란 유전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 등 일본의 이란 접근을 집요하게 견제해 왔다.
그러나 일본에게 이란은 석유자원의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다. 일본은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13%에 이르는 원유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했다. 추정 매장량이 260억 배럴에 이르는 아자데간 유전의 개발권도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일본이 따냈다.
일본이 우려하는 것은 제재가 이루어질 경우 예상되는 이란의 반발이다. 이미 “일본이 제재에 참여하면 경제협력을 중지하겠다”고 표명한 이란이 일본에 대한 석유수출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애써 획득한 아자데간 유전의 개발권이 백지화돼 경쟁을 벌였던 중국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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