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녀봐도 박물관이나 정부, 신문 등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외국어 페이지는 이 3가지 언어로 돼있다. 이밖에도 한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배우는 외국어에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러시아어와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등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받은 언어들이 있다.
● 중앙아 포함 1억4,000만명 사용
그러나 그 유용성에 비해 거의 공부하는 사람이 없는 언어가 있으니, 바로 터키어다. 터키어는 그와 비슷한 언어들까지 합치면 적어도 1억4,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다. 터키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만 해도 터키는 물론 북키프로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이 있으며, 공용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불가리아, 이란,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중국 서부의 신장, 위구르 지방에서도 널리 쓰인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그 나라의 언어조차 터키어와 매우 흡사해, 터키에서는 우즈벡어를 ‘우즈벡식 터키어’라고 부를 정도다.
물론 이들 나라 중에서는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빼고 경제적으로 부강하다고 할 만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 터키어가 EU의 공용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터키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터키어를 배우는 것은 매력있는 일이다. 이미 터키어를 사용하는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중요한 산유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터키어를 쓰는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은 러시아의 3분의 2에 이른다.
터키어는 한국인들에게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매력도 있다. 터키어는 한국어와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아서 일부 사람들은 두 언어를 같은 알타이 언어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터키어를 배울 경우, 일본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유사성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두 언어는 어순이 거의 비슷하며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터키어와 한국어는 ‘~에서’ ‘~에’ ‘~를’ 등의 비슷한 조사를 사용하고, 발음을 가능한 원래 소리에 가깝게 표기한다는 점도 닮았다.
● 남북 통일되면 육로로 연결
터키어를 배우면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 통일 이후에 더 쓸모있는 언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휴전선이 가로막혀 있는 까닭에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는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나라들로 여행할 수 없는 ‘섬’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난달 중국에 갔을 때 중앙아시아는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먼 길을 온 이들이었다.
한국이 통일돼 열차나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중앙아시아 지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금보다는 훨씬 중요한 한국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만하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터키어를 배우는 것이 매력 있지 않은가.
데이비드 맥클라우드ㆍ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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