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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임꺽정을 로빈후드로 만들었나

입력
2006.06.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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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로빈후드가 있다면, 우리에겐 임꺽정이 있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과 그에 기반한 각종 드라마, 영화들을 통해 ‘조선의 로빈후드’로 각인된 임꺽정. 그러나 사료에는 그가 의적이었다는 어떠한 기록도 없다고 한다. 임꺽정은 정말 의로운 도적이었을까.

KBS 1 ‘HD 역사 스페셜’이 사료를 통해 임꺽정의 진실을 파헤치는 ‘임꺽정, 조선의 로빈훗인가’를 2일 오후 10시 방송한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임꺽정은 관아와 부자를 제1 공격 대상으로 삼는 동시에 민가 침입을 자행하고 밀고자에겐 가혹한 보복을 가하는 잔인한 살인자이자 약탈자였다. 실록에는 임꺽정이 무려 3년에 걸쳐 관군과 전면전을 벌였다고 기록돼 있으며, 임꺽정의 본거지인 황해도는 공권력이 무력화된 무법 지대에 가까웠다. 바짝 달아 오른 조정의 성화에 고을 수령과 토벌대는 공을 세우기 위해 가짜 임꺽정을 잡아 올리는 사건까지 속출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명백한 도적이었던 임꺽정이 왜 의적으로 재구성된 걸까.

프로그램은 당시의 극심한 수탈 구조에 주목한다. 당시 관군이 임꺽정을 제압하기 어려웠던 것은 일반 백성이나 하급 관료들이 임꺽정을 도왔기 때문이었으며, 이는 도적이 관군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의적으로 숭앙됐을 정도로 당시의 수탈 구조가 극악했기 때문이라는 것.

프로그램을 만든 최필곤 PD는 “역사에는 임꺽정이 의적이었다는 어떠한 기록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임꺽정과 내통하며 그를 도운 흔적이 보인다”며 “관군과 대립하는 도적의 활약이 가져다 준 카타르시스 덕에 의적으로 신격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프로그램은 이 밖에도 당시 양반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통해 16세기 조선의 양극화 실체를 조명하고, 황해도 봉산에서 한성의 중심가로 이어지는 임꺽정의 동선을 따라가며 조선 상품 유통 경제의 중심이자 권세가들의 치부 수단이었던 ‘시장’의 실체를 추적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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