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과감한 컬러를 채택한 이색(異色) 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종전에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파격적 색깔의 제품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방테크론은 1일 제품 본체 색깔로 까만색을 넣은 ‘리홈 블랙 IH 압력밥솥’’을 내놓았다. 까만색은 전통적으로 ‘밥맛’을 떨어뜨린다는 인식 때문에 전기 밥솥에는 금기시돼왔다. 이 제품은 전체적으로 블랙과 짙은 은색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 상큼한 오렌지색 LCD창으로 눈길을 끈 게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조사 결과 고루하고 오래된 분위기의 흰색이나 빨간색 보다는 블랙의 세련된 밥솥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싱크대 등 실내 분위기와 잘 어울려 돌풍이 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도 이날 트리샤 길드가 디자인한 ‘스팀 트롬 스페셜 에디션’을 영국에서 출시했다. 통상 민무늬였던 세탁기에 과감한 꽃무늬와 다양한 색깔이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길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색상과 패턴을 사용한 벽지와 가구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스페셜 에디션에 꽃과 넝쿨 문양을 흰색과 검정색 드럼 세탁기 전면에 디자인해 넣었다.
다양한 색상의 가전 제품이 늘면서 백색 가전 대신에 무지개색 가전이란 말이 사용될 정도다. 카르멘 와인색을 주로 사용하는 삼성전자 ‘하우젠’의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에 이어 점차 빨간색 파란색 청자색 등을 사용하는 가전 제품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레드 스팀 트롬 세탁기’는 컬러 마케팅 등에 힘입어 1분기 판매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80%나 급증했다.
자동차 색상도 과감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선 사용된 적이 없는 보라색 계열의 ‘아이리스 바이올렛’을 적용한 뉴 카렌스를 선보였다. 뉴 카렌스의 고급스러움과 강렬함, 스포티함을 동시에 부여하기 위한 전략이다. 푸조의 206CC도 애플그린이라는 상큼하고 화사한 색깔로 발랄한 소형차의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노트북에서는 청색을 도입한 LG전자의 X노트 익스프레스와 소니의 바이오 스카이 블루 등이 주목된다. 화장품 브랜드 엔프라니도 검은색 외관을 채택한 슬림 블랙 팩트를 출시, 두 달 만에 10만개나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 가전제품이나 화장품은 패션 아이템”이라며 “개인 취향과 어울리는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며 디자인과 색깔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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