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부하들은 챙겨주자.”
올들어 환율 하락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월급은 ‘하우상박’(下厚上薄) 원칙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급여를 삭감할 경우 직원보다는 임원 삭감률이 크고, 올린 경우에는 직원 급여 상승률이 훨씬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 사내이사 6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6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억1,000만원)의 8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8만2,000여명의 일반 직원에게 지급된 금액은 평균 1,070만원으로 지난해 1,260만원보다 17% 가량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난해 약 1만6,000명을 신규 채용, 연봉이 낮은 신입직원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실제 임금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 KT 신세계는 임원 월급은 깎는 대신 직원들의 봉급은 올려줬다. 현대차의 경우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4억4,500만원으로 지난해(4억5,500만원)보다 1,000만원 감소했다. 반면 직원 평균 급여는 1,200만원으로 2005년(1,100만원)보다 100만원 늘었다.
신세계도 사내이사 급여는 1억7,400만원에서 1억5,900만원으로 줄었으나 직원 평균 급여는 67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증가했다. KT 사내이사들도 1인당 보수가 1억4,600에서 1억1,800만원으로 줄었으나, 직원 급여(1,390만원→1,570만원)는 늘어났다.
반면 기아차는 ‘형님 회사’인 현대차와 달리 임원 보수를 늘렸다. 이 회사 사내이사는 1분기 1인당 평균 2억6,40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2억5,000만원)보다 1,400만원 늘어난 규모다. 직원의 평균 보수는 현대차와 같은 수준(100만원)만 늘어났다. SK텔레콤도 사내이사 보수(2억8,400만원→7억5,700만원)는 2.5배 이상 늘었으나, 직원들은 지난해(1,460만원)보다 60만원 적은 1,400만원을 받았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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