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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 쉼터 '시인학교' 다시 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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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 쉼터 '시인학교' 다시 문 열어

입력
2006.06.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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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사랑방 ‘시인학교’가 3년 간의 긴 방학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1980~90년대 문단 노소의 술꾼들이 돈과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취해도 좋았던 카페다. 경영난으로 2003년 문을 닫았다가 어렵사리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공간을 마련, ‘수업’을 재개한 것이다.

시인학교의 연혁은 1984년 ‘두레시’ 동인들이 그들의 시 낭송 행사 등을 치를 공간 겸 쉼터로 인사동에 20평 남짓 한 카페를 차린 데서 시작된다. 이후, ‘학교’는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인 등이 부담없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고, 문인들이 카페에 남긴 글을 모아 ‘시인 학교’라는 제목의 낙서시집을 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 ‘분교’를 마련해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이 많다고 영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니었던지, ‘학교’는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개업 4년 만인 1988년, 현 주인인 정동용 시인이 직장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인수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겟세 부담 때문에 여러 차례 장소를 옮겨야 했고, 급기야 3년 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연 데는 원년 동인 멤버들의 열의와 동료 문화인들의 후원의 힘이 컸다. 시인은 육필시를, 화가는 그림을, 도예가는 도자기를 구워 후원금 마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시인학교의 육필 시화 선집 ‘사랑을 머금은 자, 이 봄 목마르겠다’(랜덤하우스중앙 발행)을 펴내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재개교’하게 된 것이다.

가게 이름이 ‘학교’여서 ‘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지닌 정동용 시인은 “‘시인학교’의 어제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고, 내일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작지만 큰 흐름으로 시화전, 시 낭송 대회, 시 창작 교실 등 문화예술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그래서 휴업 없고 방학 없는 학교, 휴학 없이 개근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100년, 1,000년 이어가야지요.”

시인학교의 재개교 기념식은 8일 오후 7시. ‘육필시 동판전’을 겸해 떡과 막걸리 파티로 열린다. (02)735-1984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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