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계절을 유독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땀이 너무 많이 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바지가 흥건히 젖어 있고, 짙은 색상 셔츠를 입으면 땀 때문에 겨드랑이는 더욱 진한 색이 되어 버리고, 컴퓨터 키보드에 조차 땀이 흘러 내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성관계를 포함한 대인관계, 사회생활 조차 힘들어 하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별 것 아닌 ‘땀’ 이 이들에게는 ‘질병’이 되는 것이다.
◆ 다한증도 유전된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이다. 아직 객관적 진단기준은 없으나 보통 5분 동안 100㎎ 이상 흘리게 된다면 다한증으로 본다. 이와 함께 땀으로 인해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느냐도 중요한 진단기준이 된다.
신촌세브란스 병원 다한증클리닉 김원옥 교수가 이 곳을 찾은 10대~40대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91%는 심한 땀 때문에 사회생활,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0%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꺼리며 특히 버스ㆍ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수단, 극장, 엘리베이터를 가장 꺼리게 된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중 53%는 이성교제에서도 땀이 심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다한증은 상당부분 유전되는 질환이다. 다한증 환자 중 23~53% 정도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60%가 부모 중 한명 이상이 다한증이 있다고 답했다.
◆ 다한증 부위 '손·발> 겨드랑이> 머리' 순
땀은 나는 부위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다. 체온조절성 발한은 전신에서 땀이 나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손,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게 된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특히 땀이 더 많이 나는 다한증 환자들은 땀이 나는 부위가 손발에 집중된다.
실제로 다한증 환자들 중에는 주로 손발에서 땀이 나는 경우가 60% 정도 되고,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가 30~40% 정도다. 얼굴다한증 환자도 있지만 매우 적은 편이다. 김 교수의 조사에서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물어봤을 때는 손(28%) 발(19%) 겨드랑이(18%) 머리(16%) 순으로 나왔다.
전신에서 땀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다른 질환에 따른 다한증일 경우가 많다.
◆ 결핵, 당뇨, 폐경 등이 원인일 수도
다른 이유 없이 생겨난 다한증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병이 원인이 되어 2차적으로 다한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우선 당뇨병, 갑상선기능 항진증, 내분비질환, 비만, 폐경, 뇌손상 등으로 인해 갑자기 다한증이 생겨날 수 있다. 또 사회불안장애 등 정신장애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질환까지는 아니지만 스트레스, 수면부족, 과음, 신경과민 등이 갑자기 많은 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식은 땀을 많이 흘리면 결핵을, 땀을 흘리고 난 뒤 속옷이 누렇게 변했으면 간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당뇨병 환자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릴 경우 혈당 상승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 치료 후 엉뚱한 곳에서 땀 나는 '보상성 다한증' 부작용도
다한증 치료는 바르는 연고에서부터 먹는 약, 보톡스, 수술법 등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다한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알루미늄 클로라이드가 주 성분인 ‘드리클로’와 같은 연고를 바를 수 있다. 일반의약품인 이 연고는 땀샘을 막아 땀이 너무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는 방식이며 한번 바르면 이틀정도 약효가 지속된다. 그러나 심한 피부 자극이 생기거나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손, 발 다한증의 경우는 알코올주사로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손은 효과가 1년 정도, 발은 수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또 보톡스를 이용할 경우 6개월 정도 땀의 양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모든 방법에서 별 효과가 없을 때 최종적으로 신경차단수술법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래 밖으로 배출되어야 하는 땀을 억지로 막는 것이므로 등, 배, 다리 심지어 발목 등 전혀 엉뚱한 곳에서 땀이 나게 되는 ‘보상성 다한증’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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