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죽음 이후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 이종욱 사무총장이 뇌졸중으로 급사하는 등 돌연사에 대한 위험경고가 계속 되고 있다.
심ㆍ뇌혈관 질환이 원인이 돼 돌연사는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2위이다. 또한 돌연사는 최근 점점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심ㆍ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수는 1993년 95명에서 2003년에는 100.1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3년 12.5명에서 2003년 24.6명으로, 10년 사이에 두배가 됐다. 식생활 변화로 인해 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 심ㆍ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요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검사법 발달로 인해 암도 조기발견을 통한 예방이 가능한 질환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러면, 돌연사는 조기발견할 수 없을까? 다행히 최근 각종 첨단장비가 개발되면서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심근경색,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 지고 있다.
◆ 심장 혈관이 얼마나 막혔는지 직접 본다 64슬라이스 MDCT
돌연사의 60~80%는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 등으로 막히면서 발생하는 심근경색이다. 때문에 동맥경화반(기름 등 혈관에 쌓인 찌꺼기)이 쌓여 관상동맥이 좁아져(협착증) 있다면 돌연사 위험이 아주 높은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관상동맥 협착증을 조기검진할 방법이 없었다. 가슴 통증이 있어 관상동맥협착증이 의심되도 심장혈관을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질환이 확실시 되는 환자는 넓적다리 동맥에 카테타(가는 관)를 넣어 심장까지 거슬러 올라간 뒤 조영제를 주입한 후 X레이 촬영을 하는 ‘심혈관 조영술’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불편함이 많아 단순 진단용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약 1년 전 우리나라에 ‘64슬라이스MD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가 처음 도입되면서 심근경색 조기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장치는 팔에 조영제를 투입한 뒤 약 5~6초 동안 숨을 참으면 심장의 64단면이 촬영돼, 심장혈관을 3차원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직경 3㎜밖에 안 되는 관상동맥 협착여부 뿐 아니라 동맥의 섬유화 정도까지 판단해 앞으로 돌연사의 위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진단률도 90~95%에 이른다.
때문에 아직 심장수술을 할 단계는 아니나 협착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 사람은 식습관 변화, 운동, 약물요법 등으로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단 부정맥이 심하거나, 혈관 스텐트(인조철망) 삽입시술을 받은 환자는 이 장치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나 30만원 수준이다.
◆ 뇌출혈이 생길 지 여부를 미리 판단한다 MRAㆍCTA
뇌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 출혈이 생긴 환자 중 1/3은 병원 도착 전 숨질 정도로 뇌출혈은 치명적이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사지마비, 뇌 기능 손상이 생기게 된다.
현재 뇌 혈관이 꽈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생긴 ‘뇌동맥류’는 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 컴퓨터단층혈관촬영술(CTA)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 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뇌동맥류가 생길 가능성 여부를 미리 알 수는 없을까?
최근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는 MRA, CTA 영상 차이에 따라 뇌동맥류 발생여부를 미리 알아내는 진단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뇌동맥류는 보통 뇌동맥이 갈라지는 지점이 탄력성을 잃으면서 늘어나 생기는 것. 즉 심장 수축기 때 늘어난 혈관이 찍히는 MRA 사진과 심장 이완기 때 줄어든 혈관이 찍히는 CTA 사진을 비교해 탄력성이 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뇌동맥류 발생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이 MRAㆍCTA로 뇌사진을 찍어 뇌동맥류가 생길 가능성이 보인다면 1년마다 재검진을 받으면 된다. 이후 검진에서 뇌동맥류가 생긴 것이 확인되면 수술을 통해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
◆ 무증상 뇌경색을 잡는다 MRIㆍMRA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으로 막히면서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뇌 기능 일부가 마비되는 것이다. 고 이종욱 사무총장의 사인도 뇌경색이었다.
특히 문제는 자신도 모르고 넘어가는 ‘무증상 뇌경색’이다. 뇌의 작은 혈관이 막히면서 주변의 조직이 괴사할 경우, 해당부위가 별로 중요한 부위가 아니면 사람들은 잠시 어지러움증, 두통 등을 느꼈다가 회복된다. 이는 의외로 흔해 고혈압, 비만, 흡연 등 뇌졸중 위험 환자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세 이상 2명 중 한명은 무증상뇌경색이었다. 특히 무증상뇌경색이 일어난 사람이 다시 뇌경색이 될 확률은 정상인에 비해 10배, 치매가 될 확률도 2~3배이다.
현재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 MRA 촬영으로 무증상뇌경색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 목경동맥을 촬영할 경우 동맥경화여부도 알 수 있다. 목경동맥에서 逅?혈전이 뇌로 올라가 혈관을 막는 것도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 된다.
무증상뇌경색 또는 목경동맥 경화증이 발견된 경우는 식생활 개선, 약물요법을 통해 심각한 뇌경색을 막게 된다. 그러나 단순 검진용일 때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는 만큼 비용이 50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라 보통 뇌졸중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도움말 =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센터 장혁재 교수, 진단방사선과 최상일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과장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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