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31선거 이후/ 위기의 열린우리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31선거 이후/ 위기의 열린우리당

입력
2006.06.03 02:40
0 0

사상 최악의 지방선거 참패는 열린우리당을 진공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1일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최고위원들은 후임 지도체제를 구성하지 못하고 갑론을박의 논란만 거듭했다. 국민들 눈에는 우리당이 처절한 심판을 받고도 지도체제 논쟁만 하는 한심한 집단으로 보일 법 하다.

이는 우리당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심은 한참 떠나있어 당이 껍질밖에 안 남은 상황인데도 지도부는 이른바 재야파, 실용파로 갈려 쇄신보다는 당내 권력장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선거 직전 참패가 예상되면서 현 지도부가 유임돼야 한다는 ‘대안부재론’이나 모두가 책임지자는 ‘지도부 총사퇴론’ 모두 따지고 보면 본질과 무관한 당내 권력다툼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정 의장의 사퇴 후 2월 전당대회 차점자인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을 승계해야 한다는 ‘권력공백론’이나 이 참에 쇄신해야 한다는 ‘환골탈태론’ 역시 그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당이 민심 이반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7ㆍ26 재보선에서도 참패가 예상되며 결국 근본적인 변혁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당은 국가보안법 개정, 경제정책 방향, 금산법 처리, 대연정 제의 등을 놓고 당내 계파간 시각차를 보였다. 그런 시각차는 조금 다른 편차 수준이 아니라 철학과 배경이 다르다는 근본적 차이를 내포하고 있어 치명적인 분열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었다.

김두관 최고위원이 선거 과정에서 정동영 의장의 민주세력 대연합론을 문제삼아 탈당과 사퇴를 요구한 것도 누적된 분열 요인의 노출이었다.

내부적인 시각차만 분열을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정국상황과 외부적 요인도 우리당에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처절하게 확인된 민심이반은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그리고 그 주류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할 수 있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이 등을 돌린 것이며 충청도 한때 보낸 지지를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구도에서 당장 내년 대선의 정권재창출을 절실하게 생각하는 세력들은 노 대통령과의 절연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실용파와 호남지역 의원들이 설 가능성이 높고 친노직계나 영남출신 의원들과 결별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아직 외부변수 중 하나인 고건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경우 우리당에 가해지는 원심력은 순식간에 심각해질 수 있다.

그 첫 시험대는 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연석회의가 될 것 같다. 의제는 향후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이지만 거기서 오갈 논쟁은 우리당의 앞 날을 예고할 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