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버려진 고철도 혼을 불어 넣으면 작품이 됩니다.”
전남 강진군 작천면에서 농기계 수리점을 하는 주복동(56)씨는 손재주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고장 난 농기구와 고철도 주씨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로봇이나 개미, 메뚜기 등으로 변신한다. 주씨의 작업실에는 로봇태권 V, 마징가 Z, 농기계를 수리하는 로봇, 농약을 뿌리는 로봇, 닭 기린 말 타조 등 동물 로봇 25점이 진열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주씨를 ‘맥가이버’나 ‘농기계 박사’라고 부른다.
농기계 수리점을 하는 주씨가 로봇 제작에 나선 것은 지난해 6월. 강진청자문화제에서 20여년간 수집한 호롱불과 축음기 등 골동품을 전시하다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색다른 뭔가를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로봇 제작에 나섰다.
첫 작품은 동심을 자극하는 로봇태권 V. 몸체는 농약을 살포하는 분무기 압력탱크, 다리는 모내기용 이앙기의 스크루 부분을 이용해 만들었다. 폐 농기계의 집합체인 말 로봇은 트랙터 체인과 대형 톱니바퀴로 갈기까지 표현했으며 말 등에는 오토바이 안장을 얹어 어린이들이 올라타고 놀면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씨가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일 정도. 작품의 무게는 40~70㎏로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농기계 부품을 모아 전기용접기와 산소절단기로 뚝딱거리면 금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동물이나 곤충의 허리나 목 등 관절은 베어링 등을 넣어 구부리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실물과 같은 섬세함을 살렸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일본에서 농기계 수리 기술을 배워 온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손재주를 익혔다”고 비결을 밝혔다.
최근에는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인 이운재 선수의 로봇을 만들었다. 경운기 핸들과 폐부품을 활용해 만든 작품의 이름은 '가자! 월드컵 4강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국민의 희망을 담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씨는 말했다.
로봇제작의 동기가 됐던 골동품 전시관은 작업장 바로 옆에 꾸며져 있다. 20여년 동안 출장 수리를 다니면서 모아뒀던 생활 골동품 600점이 전시돼 있다. 100년은 족히 넘은 축음기부터 호롱불, 논을 고르는 써레, 불 지피는 데 사용하는 풍로 등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옛 생활용품과 오래된 레코드 판, 생활자기 등이 주를 이룬다.
주씨는 “로봇과 소장품을 한데 모은 규모 있는 전시관을 갖는 게 꿈”이라며 “자라는 학생들을 위해 시작했으니 모든 작품을 어린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 글ㆍ사진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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