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샙이 검은 콩이라면 슐트는 ‘쭈쭈바’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은 여유가 넘쳤다. K-1의 최강자 세미 슐트(33ㆍ네덜란드)와의 대결을 이틀 앞둔 1일. 최홍만은 슐트를 아이스크림에 비유하면서 “즐겁게 싸우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K-1에 입문할 당시 “밤마다 얻어맞는 꿈을 꿔서 무섭다”던 모습과 180도 달라졌다.
최홍만은 이번에도 꿈에 대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제가 한달 전에 꿈을 꿨는데요. ‘쭈쭈바’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슐트 얼굴이 보이는거예요. 징그러웠지만 눈 감고 쭉쭉 빨아먹었지요.” 상서로운 징조란다.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자 최홍만은 “거짓말 아니에요. 저는 거짓말은 안 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홍만(218㎝ㆍ150㎏)이 3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지는 K-1 서울대회 수퍼파이트에서 슐트(211㎝ㆍ121㎏)와 지구촌 최대의 거인대결을 펼친다. 최홍만은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는 발목부상으로 프러데터(31ㆍ미국)에게 고전했다”면서 “이번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슐트도 챔피언답게 여유가 넘쳤다. 슐트는 “최홍만은 조심해야 할거다. 내가 기술, 체력, 경험에서 모두 앞선다”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최홍만이 ‘슐트가 내게 무릎치기를 많이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소리를 들은 뒤 표정이 굳어졌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슐트는 “최홍만에게 ‘조심하라(Be careful)’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K-1 홈페이지가 예상 승패를 묻는 질문에 이날까지 네티즌의 90%가 슐트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 사실은 최홍만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최홍만은 껄껄 웃은 뒤 “승산은 50대50이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최홍만은 “월드컵에 앞서서 한국인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1의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최장신 대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 챔피언인 피터 아츠는 “슐트의 기술이 단연 앞서기 때문에 최홍만에게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홍만이 이기려면 슐트가 공격하기 전에 먼저 때려야 할 것이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최홍만의 승산을 낮게 봤다. 반면 레이 세포는 “최홍만이 1년 만에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면서 “신체조건을 잘 활용하면 50대50 승부가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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