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5ㆍ31 지방선거 참패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선거 결과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밖에 없다. 정권과 여당에 대한 철저한 외면, 그것이 분출된 국민의 뜻이라면 그 원인을 해소하고 민심에 부응하는 것 외에 달리 가능한 길이 없다는 얘기다.
어떤 경우든 선출된 권력이 가야 할 유일한 방도다.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표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면서 정책 과제들을 이행하려면 내용과 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본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혼돈, 살림살이와 무관한 추상적 이념놀음, 아집과 독선에 빠진 자기들만의 폐쇄적 논리 등이 국정과 정책에서 지양돼야 할 것이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탄핵”이라든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해산명령”이라는 평가들은 수사에만 그치는 과장이 아니다. 국민과의 유기적 관계라는 면에서 말한다면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와 기능이 불능 상태에 처한 셈이다.
선거 이전까지의 열린우리당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은 통째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당 의장의 사퇴 정도로 대충 수습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임과 원인을 총체적으로 되짚는 처방이 아니고는 없어지는 정당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되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선거 패배를 어떻게 수습해 가는가에 달려 있다.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무리를 범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남은 임기 1년 반을 정책의 정상적 마무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반전, 소위 ‘역발상’ 같은 변전을 꾀하려는 시도는 국정 무대에서 접어야 한다. 제발 좀 편하게 해 달라는 소박한 뜻이 선거에 담겨 있음을 이번에는 절실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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