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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B단조 미사’ 원전연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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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B단조 미사’ 원전연주로 듣는다

입력
2006.06.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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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단조 미사’는 ‘마태수난곡’과 더불어 바흐 합창음악의 최고 걸작이자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바흐가 25년의 긴 세월을 바쳐 죽기 1년 전 완성한 작품이다. 첫머리 합창곡 ‘키리에’(‘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의 라틴어 첫 구절)가 B단조여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숭고한 감동으로 영혼을 정화하는 이 곡을 많은 지휘자와 단체가 연주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연주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필립 헤레베헤(59)가 지휘한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의 것이다. 이들은 이 곡을 두 번(1988년 버진 클래식스, 1997년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녹음했는데, 특히 두 번째 녹음은 이 곡의 최고 명반으로 꼽힌다. 크고 복잡한 이 곡의 구조적 특성을 살린 깔끔하고 명료한 연주로 ‘바흐 연주의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을 들었다.

헤레베헤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이 곡으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0일 오후 7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11일 오후 7시와 1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헤레베헤는 원전연주(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로 그 시대 양식에 충실하게 연주하는 것)의 대표적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고향인 벨기에의 작은 도시 겐트의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동시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1969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했다.

이 단체의 레퍼토리는 제수왈도, 라수스, 몬테베르디 등 바흐 이전의 음악부터 20세기 러시아 작곡가 구바이둘리나 등의 현대음악까지 걸쳐 있지만,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독일 바로크 음악, 특히 바흐의 음악이다. 헤레베헤가 지금까지 내놓은 60종이 넘는 음반 가운데 3분의 1이 바흐의 합창음악이다. “ 더 많은 음악을 알게 되면 될수록, 바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고백할 만큼 헤레베헤가 바흐에 쏟는 애정과 헌신은 각별하다.

헤레베헤는 이 단체 말고도 프랑스 음악을 위한 ‘샤펠 루아얄’, 르네상스 다성음악에 집중하는 ‘앙상블 보칼 외로펭’, 고악기 관현악단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잇따라 창단,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호기심으로 전진해왔다. 바흐 이전의 고음악 원전연주로 출발한 그는 10여 년 전부터 고전, 낭만 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로열 콘서트헤보우, 베를린필, 빈필 등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로부터 초청을 받아 정기적으로 지휘대에 서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합창단 23명과 오케스트라 29명이 함께 온다. 독창자는 요하네스 초머(소프라노), 다미앙 길롱(카운터테너), 얀 코보우(테너), 토마스 바우어(바리톤)이 출연한다. 공연 문의 대전 (042)610-2222, 서울 (02)2005-0114.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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