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잇단 부패 스캔들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31일 “정부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천 총통은 이날 서면 성명을 통해 “대만 내각을 통제할 모든 권한을 쑤전창(陳水扁) 행정원장에게 이양할 것”이라며 “앞으로 나와 가족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행동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부인 우수전(陳水扁) 여사의 금품 수수 비리에 이어 사위 자오젠밍(陳水扁)까지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집안의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천 총통은 이날 권력이양 발표에 앞서 쑤 행정원장과 부총통, 민진당 당수,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정치적 위기 상황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권력 이양 발표에 따라 천 총통은 임기가 끝나는 2008년까지 외교나 정책 수립 등에 대해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
에밀리 셴 대만 수초우대 정치학과 교수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침으로 천 총통은 실권 없는 명목상 지도자에 그치게 돼 레임덕이 시작됐다”며 “남아있는 2년 동안 아무 정책도 수립하지 못한다는 것은 권력 상실과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천 총통의 사임을 강력히 주장해온 제1 야당 국민당의 마잉저우(馬英九) 당수는 천 총통의 발표 직후 “충분치 않다”며 “국민의 신임을 이미 잃었는데 총통 자리를 왜 고집하려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국민당은 천 총통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만 헌법상 총통 탄핵을 국민투표에 붙이기 위해서는 225명의 국회의원 중 3분의 2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야당이 130석을 차지한 다수당인데다가 여당인 민주진보당 의원 중 30명 이상이 탄핵 움직임에 이미 합류한 상황이어서 천 총통에 대한 압박은 점점 거세질 전망이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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