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구속에 따른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경영공백이 미국 시장에서의 위축은 물론이고, 그 동안 이 회사가 선점했던 중국, 인도, 러시아 시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책 연구소(산업연구원ㆍKIEP)의 보고서가 나왔다.
그 동안 "정 회장 구속으로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당사자인 현대ㆍ기아차 주변에서 제기됐으나,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국책 연구원이 같은 주장을 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ET는 1일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GM과 포드 등 미국 '빅 2' 자동차의 경영난에 따른 반사이익을 (현대ㆍ기아차는 챙기지 못하고)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 3' 업체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KIET는 또 "미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일본 업체들이 경영위기(정 회장 구속)로 한국 업체가 주춤한 틈을 이용해 중국, 인도, 러시아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고 말했다.
KIET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로 일본 자동차와 비교한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또 일본과 미국 '빅 2' 업체가 과감한 현지투자와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까지 불사하면서 중국, 인도, 러시아 시장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베이징현대가 올들어 5위로 밀려났으며, 러시아 시장에서도 2월까지는 현대차가 1위였으나 3월과 4월에는 토요타와 포드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또 닛산자동차는 200억엔을 투자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2만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닛산은 공장을 짓기도 전에 한국측 파트너인 르노삼성차의 SM3에 '닛산' 브랜드를 달아 현대차의 소형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경영난을 아시아 시장 공략으로 극복하려는 GM도 GM대우를 앞세워 현대차가 닦아 놓은 인도 시장을 노리고 있다. GM대우는 한때 인도 최고의 베스트 셀링카였던 마티즈의 현지 생산을 재개, 현대차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KIET는 "위기에 빠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ET는 "국내 업체가 경영시스템 마비로 혼란에 빠져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전략적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에 대해 정부가 나서 해당국 정부에 이해와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자동차 업체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대응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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