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개표가 시작된 31일 오후 6시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의 개표 상황실. TV 출구조사 방송 화면마다 ‘한나라당 압승’이라는 자막이 떴지만 환호도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이재오 원내대표와 허태열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와 의원 20여명은 입을 굳게 다문 채 TV 화면만 응시했다.
개표 막판까지 혼전을 벌인 대전과 제주의 개표 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안되겠네!”, “이기겠네!” 하는 탄식과 안도의 한숨이 번갈아 터질 뿐이었다. 이는 압승 역풍을 우려한 일종의 표정 관리였다. 이날의 승리가 어느 정도 예상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표는 오후 8시 40분께 상황실을 찾았다. 그제서야 당직자와 당원들 사이에서 힘찬 박수가 터졌다. 박 대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나라당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다”며 “개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해 달라”는 기자들의 끈질긴 요청에도 “결과가 나온 뒤에 말씀 드리겠다”며 약 30분 뒤 자택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은 각 시ㆍ도당에 “출구조사 결과만 보고 당선 소감을 발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끝까지 몸조심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