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도지사 0대3’이라는 열린우리당 참패의 성적표 뒤에는 더욱 냉엄한 민심의 심판이 도사리고 있다.
선거 때면 으레 접전을 벌이던 이곳의 득표 격차가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의 여야간 표차만큼이나 벌어졌다.
1일 새벽1시 현재 서울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61.1%와 27.0%다. 격차가 무려 34.1% 포인트다.
경남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우리당 김두관 후보의 득표율이 각각 64.8%와 24.6%임을 감안하면 “서울이 경상도가 됐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59.7%를 얻고 우리당 진대제 후보는 30.6%에 그쳐 29.1% 포인트나 벌여졌다. 인천도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63.4%)가 우리당 최기선 후보(22.6%)를 40.8% 포인트 앞질렀다.
수도권이 전통적으로 우리당과 그 전신 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이란 점에서 30~40% 포인트에 달하는 표차는 충격적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6ㆍ13 지방선거 등 몇 차례에 불과했다. 97년 대선과 98년 지방선거,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과 2004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은 늘 국민회의, 민주당, 우리당으로 이어진 여당 편이었다. 2002년 대선 때도 서울에서 노무현 후보는 51.3%를 얻었고 이회창 후보는 44.9%에 그쳤다.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2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이번 선거 표차는 놀랍다. 2002년 당시 큰 격차가 났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53.4%)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42.5%) 후보의 차이는 10.9% 포인트였다.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은 참여정부의 무능과 독선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3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그저 무능에 대한 심판으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이 정도 격차라면 수도권의 호남출신 유권자들이 기권하거나 상당수가 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호남표 이탈이 심각했고 여기에 충청출신 유권자마저 동반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먹히지 않은 점도 1, 2위간 격차가 더 벌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2002년의 경우에는 사표를 막기 위해 막판에 민노당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차피 열린우리당 후보가 안 된다는 판단아래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자들이 끝까지 제자리를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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