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했다.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한 정당이 싹쓸이에 가까운 결과를 얻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다면 이를 민의의 표출로 해석하고 새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개별적 됨됨이를 일일이 따지지 않았든지 그럴 겨를이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인물보다는 오로지 당에 따라 투표를 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당 선택의 결과 여당은 철저히 배척 당했고, 야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선거 사상 최악의 여당 패배는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들이 분명하고도 충분하게 쌓여 온 결과이다. 여당 자신도 모를 리 없다.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총선에서 제1당으로 도약했던 열린우리당이지만 이후 재ㆍ보궐 선거마다 잇단 참패를 겪은 데 이어 집권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수모를 이번에 겪었다. 불과 2년 만에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곤두박질친 것은 선거가 분출한 민심의 응징이다.
그 대상은 물론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세력이다. 여권 내에서야 대통령의 잘못이냐, 여당의 잘못이냐를 두고 자잘한 다툼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아무런 의미도 차이도 없는 도토리 키재기다. 아무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실패의 합작품이 선거 결과다. 말로 외친 개혁이 요란했지만 그 사이 국민은 피곤해졌다.
망가진 경제에 민생은 힘들어지고 그칠 줄 모르는 경박한 언행으로 사회의 권위와 리더십이 붕괴되는 과정을 바라본 국민은 심신이 피폐해졌다. 여당이라면 쳐다보기도 싫고, 그들의 말이라면 어떤 소리도 듣기 싫어진 심리가 아니면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여당의 고전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총체적 거부인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민주개혁 세력이니, 정계 개편이니 하는 속임수 같은 발상이나 품고 현상을 모면해 보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있던 것을 모조리 버리고 철저히 달라지지 않는다면 여당은 존재 자체도 보장 받기 어렵다. 집권 3년 만에 처한 이런 비참한 지경을 지금 만인의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국민 앞에 해야 할 것은 개과천선과 반성이 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스스로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선거를 석권하다시피 한 한나라당이지만 마냥 기뻐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올바른 처신이 어떠해야 할지 잘 알 것으로 믿는다.
선거에서 국민은 특별히 한나라당을 예뻐한 것이 아니었다. 대안세력으로서 걸맞은 지위에 부응하고 인정 받으려면 반사적 이득에 안주하는 타성과 자만하는 태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런 것들을 속속들이 보고 있는 유권자의 눈은 갈수록 매서워진다. 진 쪽이나 이긴 쪽이나 선거 결과를 떠받드는 일이 책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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